[슈퍼걸] 매력 없는 히어로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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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이 출격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슈퍼걸’이 출격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과거의 상처를 안은 채 술과 음악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카라 조엘(밀리 앨콕 분)은 가족을 잃고 복수를 결심한 소녀 루시(이브 리들리 분)를 만나 우주를 혼란에 빠뜨린 크렘(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을 쫓게 된다.

여정을 함께하며 카라 조엘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진정한 ‘슈퍼걸’로 거듭난다.

영화 ‘슈퍼걸’은 우주적 문제아이자 외톨이로 불리던 카라 조엘이 절대 악과 맞서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 ‘크루엘라’를 연출한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HBO 드라마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어린 라에니라 타르가르옌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밀리 앨콕이 ‘슈퍼걸’ 역을 맡아 새로운 DC 히어로 시대의 중심에 섰다.

매력 없는 히어로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없다. ‘슈퍼걸’은 그 치명적인 약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 카라 조엘(슈퍼걸)은 고향을 잃은 상실감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루시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복수를 꿈꾼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상처를 마주하고 조금씩 변화한다. 이야기의 흐름도, 캐릭터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해가 곧 공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을 따라가기보다 성장의 과정을 확인하는 데 그치면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무엇보다 ‘슈퍼걸’만의 개성이 선명하지 않다. 능력도, 액션도, 성장 서사도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차별성은커녕 히어로 영화가 주는 기본적인 장르적 쾌감마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다. 

매력 없는 히어로물에 그친 ‘슈퍼걸’. 사진은 카라 조엘/슈퍼걸을 연기한 밀리 앨콕.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력 없는 히어로물에 그친 ‘슈퍼걸’. 사진은 카라 조엘/슈퍼걸을 연기한 밀리 앨콕.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유일하게 영화에 활력과 리듬감이 생기는 순간은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 분)과 로보(제이슨 모모아 분), 크립토가 등장할 때다. 특히 크립토는 사랑스러운 존재감만으로도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하는 작품임에도 정작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존재가 ‘슈퍼걸’이 아니라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위기를 다루는 방식도 허무하다. 영화는 ‘슈퍼걸’을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긴장감을 쌓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 것처럼 긴 시간을 할애해 위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해결은 허무할 만큼 쉽게 끝난다. 주인공이 선택하거나 관계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보다 그냥 누워만 있었는데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면서 앞서 쌓아 올린 긴장감도 함께 힘을 잃는다. 

그나마 마지막 선택은 ‘슈퍼걸’이라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루시가 복수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도록 한 뒤 스스로 그 책임을 떠안는 선택은 ‘슈퍼걸’만의 정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다. 다만 그 한 장면만으로 앞선 두 시간의 밋밋한 인상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성 중심 서사를 내세우는 방식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의 인물이라기보다 서사를 끌어가기 위한 장치처럼 기능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여성을 소비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새로운 시대의 여성 히어로를 내세웠지만, 새로운 ‘슈퍼걸’을 만들어내기보다 익숙한 히어로를 한 명 더 추가하는 데 그친, 아쉬운 결과물이다. 러닝타임 108분,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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