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오스틴을 1번으로 쓰면 점수가 나겠어요?”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막판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입단하자 자신의 선수생활은 사실상 끝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빠르게 준비했다. 그때부터 다른 팀, 다른 선수, 리그를 연구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퇴 후 프런트와 지도자를 두루 경험하며 야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에서 감독을 역임했고 단장까지 지내봤다. 30년 넘게 익히고 배우고 느낀 자신만의 운영 매뉴얼과 리더십을 LG 트윈스에서 녹여냈다. 그 결과 LG는 2020년대 들어 가장 잘 나가는 팀이 됐다.
염경엽 감독이 KBO리그를 오랫동안 파왔다고 해서 세계야구 트렌드에 둔감한 인사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러나 그는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좋은 것(우리 현실에 맞는 것)만 뽑아먹으면 된다”라고 했다.
대표적인 게 강한 1번타자다. 메이저리그는 강한 2번타자를 넘어 강한 1번타자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가장 잘 치는 타자를 1번 타순에 넣어서 한 번이라도 타석에 더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1번타자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2번타자로 쓰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구단이 가장 잘 치는 타자를 3~4번 타자로 쓴다. 특히 3번타자가 많다는 게 염경엽 감독 설명이다.
염경엽 감독은 웃더니 LG를 예로 들었다. “오스틴을 1번 쓰면 점수가 나겠어요?”라고 했다. LG를 넘어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오스틴을 1번으로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이 어떻게 해서 득점을 하고 어떤 루트가 득점 확률이 높은지 봐야 한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클린업트리오의 타점이 많은 게 야구의 기본이다. 통계를 통해 제일 잘 치는 타자가 1번을 치는 게 팀에 가장 보탬이 된다? 그것은 메이저리그의 데이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는 1번부터 9번까지 다 갖춰져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기량과 KBO리그 타자의 데이터, 기량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메이저리그는 1번부터 9번까지 전부 탄탄한 타자다. 홈런을 다 칠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는 8~9번은 흔히 말하는 ‘자동 아웃’ 타자다 많은 게 현실이다. 수비를 잘 해서 8~9번에 들어가지만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공수겸장이 적다. 메이저리그는 8~9번도 잘 치니 강타자가 1번에 들어가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는 어차피 8~9번의 출루율이 떨어지는데 1번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선두타자 노릇밖에 못 한다는 게 염경엽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2번 테이블세터, 3~5번 강타자를 놓는 ‘클래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세계최고리그다. 세계에서 제일 나은 사람이 1번부터 9번까지 친다. 우리는 8~9번은 그냥 원아웃이다. 8~9번이 가장 약한데 제일 강한 선수를 1번에 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우리는 옛날 타순의 데이터가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이끈 유능한 모델들, 프런트들이 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그들도 밥 먹듯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만큼 야구는 변수가 많고 어려운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느 팀이든 늘 실전을 치르면서 난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만큼 절대적인 측면에서 좋은 선수가 메이저리그보다 태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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