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와 중동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20원선 아래로 내려왔지만 은행권은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자본·유동성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일부 은행은 환율 16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 시나리오를 가동 중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내린 1529.4원에 출발했다. 이후 하락 폭을 확대하며 오후 2시 9분 기준 1516.75원에 거래됐다.
다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환율 급등세는 금융시장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환율은 중동 불안과 외국인 투자 비중 조정, 일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등으로 수급 불안 요인이 있지만 정부의 투기적 거래 대응과 쏠림 현상 방지 노력으로 한때 1560원까지 갔던 환율이 오늘 아침에는 152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 쪽도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서 안정화시키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환율·물가·금리 안정이라는 3대 목표를 갖고 최선의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율 하락에는 중동 지역 긴장 완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측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에 힘입어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 흐름은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권은 최근 환율 급등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대응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전날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외환시장 동향과 그룹 전반의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환율 급변에 따른 시장·자본·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계열사별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유사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KB금융은 투자 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환 헤지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운영해 온 고환율 관련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입 신용장 등 무역금융 관련 금리를 최장 1년까지 인하하고 지원 대상을 기존 700만달러 한도 이용 기업에서 1000만달러 이용 기업으로 넓혔다.
신한은행은 9일 리스크관리그룹장 주관 위기관리협의회를 열고 주가와 환율 등 주요 시장지표 현황을 점검한다. 향후 위기 수준이 현재 '주의' 단계에서 '경계' 이상으로 상향될 경우 경영진이 참여하는 위기관리위원회 체제로 격상 운영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일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주재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현황을 점검했다. 하나금융은 환율과 금리 상승 기조 장기화에 대비해 보수적인 자산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자금 동향 모니터링과 유동성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환율 수준별 대응 방안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지난 3월부터 위기대응협의회를 상시 운영해 왔으며 향후 환율이 1600원을 넘을 경우에도 사전 준비한 대응 방안에 따라 신속히 대처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역시 환율과 시장금리 변동을 상시 점검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외화 자금 유출 가능성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유동성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장 상황을 매일 점검해 경영진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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