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오리온발 파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이 사라지며 묵혀 온 임금 갈등이 터져 나왔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오리온지회는 오는 10일 임금 교섭을 앞두고 4~5일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전국 영업직 직원 400여 명 중 전통 슈퍼마켓 납품 등을 담당하는 약 2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전 근무만 수행한 뒤 오후 근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쟁의에 나선다.
오리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5%의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와 사측은 지난 1월부터 8차례의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보다 현행 보상 체계의 불합리 해소와 임금 정상화가 이번 갈등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임기홍 오리온지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언론에서는 성과급 문제로만 비쳐지지만 핵심은 해결되지 않은 기본급 체계와 연장근로 보상 문제”라며 “수당과 초과근무에 의존하는 임금 구조를 정상화하자는 것이 주요 요구”라고 강조했다.
갈등 배경에는 사상 최대 실적과 직원 보상 간의 괴리가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8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장 직원이 체감하는 보상은 오히려 후퇴했다. 오리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8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1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오리온 한국법인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억원 감소하면서 내부 성과급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년 지급되던 200% 수준의 성과급이 ‘0원’이 되었고, 이는 평균 급여 감소로 이어졌다.
임 지회장은 “한국 법인 매출이 1조원을 웃돌고 해외 성장의 발판에는 국내 영업직의 노력도 기여한 바가 있다”며 “회사가 해외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국내 직원이 그 성과를 공유하지 못하는 현행 성과급 체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다.
노조는 2018년 노사가 기본급과 수당 비중을 7대 3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본급 비중이 낮다 보니 영업직 직원들은 매달 불안정한 수당과 강도 높은 연장근로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7.5% 인상 △기본급·수당 비율 개선 △직무별 보상체계 개편 △연장근로수당 정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임금교섭과 별개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치고 ‘체불임금 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반면 사측은 해외 법인의 성과를 국내 특정 직군 보상과 직접 연계하는 것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리온 전체 매출의 약 70%는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법인 실적이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 법인이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한 반면, 국내 법인의 매출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사측은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최초 2% 수준이던 임금 인상안을 3.5%까지 높였지만 노조와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배당 정책을 둘러싼 시각차도 팽팽하다. 오리온은 주당 배당금을 2023년 1250원에서 지난해 3500원까지 확대했고, 이에 따라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부부가 수령한 배당금은 556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노조는 “주주환원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책무지만 직원에게는 역대 최저 수준인 2%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배당 규모는 크게 늘어 불형평성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오는 10일 재개되는 교섭 결과에 따라 향후 전면 파업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배당이 특정 개인이 아닌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정당한 주주환원 정책(밸류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2027년까지 충북 진천 통합센터 등 국내외 생산시설 확대에 약 8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노조 역시 오리온을 함께 끌어가는 직원”이라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오리온의 첫 파업이 오전 부분 파업인 만큼 당장 공급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요 K-푸드 기업들의 해외 실적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오리온의 교섭 결과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오리온 파업을 주도하는 화섬식품노조는 해태제과, SPC그룹(파리바게뜨·던킨·삼립), 풀무원, 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 대기업 교섭권을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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