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말 언급한 ‘금리 인상 명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넘어선 데다 한은도 당분간 3%대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통화정책 환경이 빠르게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2024년 3월(3.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3%에서 올해 1~2월 2.0%까지 낮아졌지만 3월 2.2%, 4월 2.6%, 5월 3.1%로 석 달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물가를 밀어올린 핵심 요인은 국제유가였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4월 21.9%에서 5월 24.2%로 확대됐고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각각 23.1%, 33.3% 상승했으며 국제항공료는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으로 33.5%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전월 -0.5%에서 2.2% 상승으로 전환됐다. 농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각각 5% 이상 오르며 물가 상방 압력을 키웠다.
문제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2.5%로 전월(2.2%)보다 상승했고, 생활물가 상승률 역시 3.3%로 2024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국내외 항공료와 승용차 임차료 등 서비스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물가 흐름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기준금리를 앞으로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강해질수록 통화정책의 무게추는 긴축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총재는 특히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성장률 회복과 환율 불안,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에 이어 물가마저 3%대로 올라서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긴축 명분이 이전보다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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