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현실 인식” 강조한 류재철 CEO… 정작 위기 상황선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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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LG전자 류재철 사장의 링크드인 게시물과 류 사장 /사진=LG전자 ⓒ포인트경제CG
(왼쪽) LG전자 류재철 사장의 링크드인 게시물과 류 사장 /사진=LG전자 ⓒ포인트경제CG

[포인트경제]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협력업체 직원이 구속 기로에 선 가운데,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의 위기 대응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류 CEO가 최근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 강조했던 ‘문제 드러내기’와 ‘이기는 실행’ 메시지가 이번 사건의 사후 대처 방식과 맞물리며 안팎의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LG전자 협력업체 직원 정모(60)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정씨는 지난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2층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도주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정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해고 통보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며 “LG전자의 협력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상 부위와 범행 정황 등을 고려해 정씨에게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원인을 두고 정씨는 평소 하대와 무시를 당하다 해고 통보를 받아 범행했다고 피력한 반면, 피해자 측은 업무 소홀에 따른 정상적인 인력 교체 요청이었다며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사건 당일 범행이 발생한 이후 보여준 류 CEO 명의의 링크드인 게시물 행보였다. 사건은 오전 11시 18분께 발생했으나, 류 CEO 명의의 대외 홍보성 게시물은 오후 5시께 그대로 노출됐다. 해당 글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협업 내용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으로 사내 분위기가 급격히 뒤숭숭해진 상황에서 CEO 명의의 홍보글이 올라오자,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안팎에서는 “대형 사태가 터졌는데 위기 상황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게시물은 뒤늦게 삭제됐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게시물은 담당 조직에서 사전에 예약 설정해 둔 콘텐츠였으며, 사건 인지 이후 게시글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약 게시물이라는 해명과 별개로, 대형 사업장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 명의의 홍보 글이 수시간 동안 방치된 것 자체가 사내 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방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논란은 류 CEO가 이달 초 첫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 공언했던 조직문화 혁신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류 CEO는 당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이기는 실행에 집중해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일등 LG전자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는 “변화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문제의 크기가 개선의 크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제 드러내기를 발전의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경영진부터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이를 ‘리인벤트(REINVENT) 2.0’으로 재정의하며 문제를 드러내고 실행 속도를 높이는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실제 위기 상황이 닥치자 CEO의 홍보 게시물이 장시간 노출되는 등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류 CEO가 외친 ‘문제 드러내기’와 ‘속도감 있는 실행’이 정작 내부 위기 대응 과정에서는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은 구성원의 안전 확보와 동시에, 사태에 대한 공감 메시지를 얼마나 신속하게 전달하느냐에 달렸다”며 “아무리 예약 게시물이라 해도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긴 것은 리인벤트 2.0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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