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공항 포퓰리즘' 늪에 빠진 '대한민국'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늘 같은 카드를 꺼내 든다. 철도와 도로, 산업단지, 그리고 공항이다. 그 가운데서도 공항은 가장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다. 국제공항이라는 단어는 지역민들에게 마치 세계도시가 되는 듯한 환상을 준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신공항을 약속하고, 지역사회는 환호한다. 

다가올 6.3지방선거 16개 광역 지자체 중 무려 10곳에서 공항 유치·신속화·확대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경기국제공항, 가덕도신공항, 새만금공항, 서산공항 그리고 인천공항 확대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공항을 더 많이 짓는 것이 곧 지역 발전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다들 나름의 사연들은 있다. 우리 지역은 특별법에 따라 움직이고 또는 군사 공항의 소음 피해로 이전을 해야하고 또는 국제 행사 유치에 필요 전략이며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대통령 공약 사항'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각종 특별자치도와 광역시, 특례시가 존재한다. 여기에 이번 선거를 통해 '특별한 통합 자치권'은 더욱 확대되어 이제는 '특별'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지경이다. 

모두가 '거점 공항', '관문 공항', '허브 공항' 등 미사여구와 필요의 이유가 다양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국가 미래 전략이라기보다 ‘공항 포퓰리즘’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집단적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지역 경제를 말하면서 토지 보상금 문제, 일부 지역 기업과 결탁된 천민 자본주의의 얄팍한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

"왜 우리는 인천공항까지 몇 시간을 가야 하느냐", "내 집에서 바로 미국과 유럽 직항을 타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굳이 뱉지는 않는다. 그 논리는 스스로도 모순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작 해외여행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에 도착한 뒤에는 몇 시간씩 기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자동차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미국 LA공항에 내려 4~5시간을 운전해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프랑크푸르트에 내려 독일 남부로 철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는 '집 앞 공항'을 원한다. 이것은 교통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에 가깝다.

공항은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만으로 국가 기반시설을 결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비용을 결국 국민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 지방공항의 현실은 이미 냉혹하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 정도를 제외하면 상당수 지방 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다. 양양공항은 ‘유령공항’이라는 조롱을 받았고, 무안공항은 개항 이후 오랜 기간 수요 부족에 시달렸다. 사천·군산·포항경주공항 역시 구조적인 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 활주로는 존재하지만 비행기는 뜨지 않고, 공항은 지어졌지만 승객은 없다. 결국 운영 적자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진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공항 경제권'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한다.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객이 몰리고 기업이 들어오며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용역 보고서와 경제성 조사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대한민국의 SOC 사업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업이 '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는가. 하지만 상당수는 개통 이후 예측 수요에 한참 못 미쳤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수요 예측은 늘 낙관적으로 잡히고, 경제 유발 효과는 과장되며, 일자리 창출 효과는 부풀려진다. 정치인은 희망을 말하고, 용역기관은 그 희망에 숫자를 입힌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인구는 줄고 있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들어섰으며, 국내 항공 수요는 이미 상당 부분 포화 상태다. KTX와 SRT, 고속도로망 확충으로 전국은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국민의 97%가 이미 공항 반경 100km 안에 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전국 곳곳에 국제공항을 더 만드는 것이 국가적으로 타당한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한민국 공항의 기원이 원래부터 경제 논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공항 체계는 군사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돼 형성됐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군사적으로 대치된 상황에서, 공군기지는 전투기의 작전 반경과 항속 거리를 고려해 해안선을 중심으로 배치됐다. 

당시의 공항은 지역 경제를 위한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 거점이었다. 이후 민간 항공 수요가 증가하면서 군 공항 일부를 민간과 함께 사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오늘날 대구·광주·수원·청주공항 등이 군과 민간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역사적 맥락이 사라지고, 마치 공항이 지역 발전을 위한 만능 열쇠처럼 소비되고 있다. 군사적 목적에서 출발한 공항을 경제 논리만으로 무한 확장하려는 것이다. 

공항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활주로와 터미널, 관제 시스템, 접근 도로, 철도망,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문제는 건설보다 운영이다. 항공사가 왜 그 노선에 취항해야 하는가. 승객은 충분한가. 배후 산업단지는 존재하는가. 국제 화물 수요는 안정적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공항은 결국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남게 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방공항 간 ‘제로섬 경쟁’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생겨도 김해공항은 유지된다. 경기국제공항은 인천공항과 불과 수십 km 거리다. 새만금공항 옆에는 군산공항이 있다. 결국 승객은 나눠지고, 항공사는 보조금을 요구하며, 지방자치단체는 노선 유치를 위해 또 세금을 투입한다. 대한민국 하늘길은 점점 '중복 투자 경쟁'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만약 각 지자체 마다 주장하는 공항들이 만들어 진다면 필수적으로 도로와 철도 등의 육상 수단 건설은 필연적이다. 편협하게 자기 지역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그림으로 볼 때 무분별한 중복 투자와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로 초래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수십 년 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SOC 투자를 반복했다. 공항과 도로, 항만 건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잃어버린 30년’이었다. 

지방 곳곳에는 이용객보다 갈매기가 더 많은 공항들이 남았고, 국가 재정 부담은 커졌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이 반복하는 신공항 논리는 일본이 이미 실패로 증명한 길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구조적으로 '여행 수지 적자 국가'다. 해외여행은 급증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공항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당 부분 한국인의 해외 소비 통로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공항을 짓지만, 실제로는 해외 소비 확대와 여행 수지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항은 지역민의 자존심을 만족시킬 수는 있어도, 국가 경제를 자동으로 성장시키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디에 공항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공항이 국가 전략상 필요한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인천공항처럼 글로벌 허브 경쟁력을 가진 공항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항공 물류와 반도체, 바이오, 전자상거래와 연결되는 전략적 거점은 국가 경쟁력 자체다. 그러나 정치적 표 계산에 따라 무분별하게 활주로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유지비와 재정 부담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공항을 지어서 들어올 외국인 투자자 보다 오로지 단거리 노선만 이용하는 내국인들이 더 많아질 것은 우리 모두가 더욱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역을 배신하고 애정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면서 결국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우리 먼저 유치'를 처량하게 외치는 모습만 남아 있는 자신을 보게될 것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공항 공약은 달콤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약속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고, 적자는 수십 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남는다. 이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공항을 짓고 있는가. 아니면 지역의 욕망과 정치인의 표 계산을 위해 또 하나의 활주로를 깔고 있는가.


이종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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