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경력 단절 해소하려면... 독일의 반나절 근무제 도입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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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사진=맘스커리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로 추산된다. 가임 여성 1명이 아이 한 명을 채 낳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는 뜻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한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윤석렬 정부는 합계출산율 1.0회복을 목표로 설정했다.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현재 국가비상사태라며 국가 차원에서 인구 절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생의 대표적인 원인은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봤다. 또 양성평등의 전환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남성의 참여’라고 말했다. 허명 회장을 만나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대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 허명 회장이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회장님,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허명입니다. 2021년부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1975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여성항공협회 회장, 사단법인 밝은미래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서울시 명예시장, 서울시 탄생응원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장, 대한적십자사 특별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직능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지난 8월 여성분야의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위촉됐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또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서울시의 여성 분야 명예시장에 선발된 데 대해 감사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비전인 ‘동행 매력 특별시 서울’의 실현을 위해, 54개 회원단체와 500만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또한 ‘동행 메이트’로써 양성평등 가교에 충실히 임하려고 합니다. 

 

▲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사진=맘스커리어]

 

-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소개해 주십시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1959년 창립한 이래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협의체입니다. 현재 54개 회원단체와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로 구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입니다. 회원 수는 500만 명 정도입니다. 지난 65여 년간 여권신장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여성의 지위 향상, 여성 인력의 활용, 여권신장,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일에 매진했으며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여성 문제를 다루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탄생응원서울프로젝트’ 정책자문단 위원장도 맡고 계십니다.

저는 서울시 탄생응원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장으로서, 여성·가족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제안을 하고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5월에 서울시민을 실제로 만나 결혼, 출산 및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시 저출생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6월에는 간담회에서 나온 서울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모시고 포럼을 진행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저출생 대응 방안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 여성단체를 두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나 비판적인 주장이 많습니다. 특히 2030세대 청년은 여성단체의 주장이나 건의를 ‘여성 우월주의’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한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2030세대의 여성 우월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논의할 때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단체의 주장이나 건의가 사회 전체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시키고, 남성과의 협력과 소통을 강조하여 더욱 포용적인 접근을 취해야 합니다.

 

▲ 허명 회장은 서울시 탄생응원서울프로젝트 정책자문단 위원장을 맡고 있다.[사진=본인]

 

▲ 허명 회장이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정부와 여성 단체 등에서 남녀 차별 해소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어떤 점을 개선해야 젠더 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젠더 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성단체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성차별적 관행과 인식을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로 심각한 수준이지만 사람들은 체감을 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현 상황이 어떻습니까?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역대 최저치로 0.72명이며, 2022년의 0.78명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인구 절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 저출산의 원인을 살펴보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여성에게 쏠린 가사 노동 등이 있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떤 해결 방안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원인은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입니다. 현재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개인의 직업과 경제적 성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취업 준비 기간 장기화, 고용 불안정성,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이 문제는 여성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의 문제 인식 홍보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인식을 홍보하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 일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연령대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30대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여러 제도가 있음에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유연근무제의 활용을 촉진하고, 직장 내 성차별을 근절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과 투자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있던 독일을 예로 들어본다면, 독일은 육아휴직이 3년입니다. 대부분 전부 사용하기보다는 1년 후엔 다들 일하러 가길 바랍니다. 아이를 돌봐 주는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돼 있거든요. 재밌는 건 맡길 순 있지만 부모가 종일 아이를 원에 맡기는 건 원치 않아요. 아이는 부모가 양육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일엔 반나절 근무가 있어요. 대부분 회사에서 그 제도를 사용합니다. 오전과 오후 가운데 선택해서 일하고 그 외 시간은 자녀와 함께 있어요. 엄마들에게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한국도 이런 제도를 마련해 준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재택근무 제도를 활용해도 좋고요.

- 엄마도 당연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선배 엄마로서 경력 보유 여성들이 힘낼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엄마도 자유롭게 일하고 가정과 직장을 균형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성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고, 가족과 일의 균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양성평등의 전환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남성의 참여’입니다. 양성평등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남성의 권한을 박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남성을 희생하거나, 이들을 배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 맘스커리어 독자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엄마들, 고생이 많습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해야 그 에너지가 자식에게 간다고요. 그래서 그런가 우리 애들도 착하게 컸습니다. 엄마가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하고 자상한 얼굴로 인자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그렇게 클 것입니다. 우리 함께 힘냅시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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