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소멸 위기에 닥친 지역에는 ‘동아줄’로 여겨진다. 기관 유치에 따른 인구 유입, 더 나아가 편의시설 확대와 인프라 형성과 같은 지역 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희망’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관을 내어줘야 하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소멸’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이유다.
지난 10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시청 앞에는 시민사회와 노동계 관계자 등 약 4,000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분명했다. 인천공항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통합 논의가 ‘인천 홀대’라고 주장했다. 지방 공항의 정책 실패와 부담을 인천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만의 이유는 단순히 공항 통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과정에서 극지연구소, 항공안전기술원, 한국환경공단 등 인천 소재 기관들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특히 한국환경공단은 수도권매립지 유치의 '보상' 성격으로 인천에 자리 잡은 기관이라는 점에서 감정은 더해졌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규제만 적용될 뿐 실질적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기관까지 내줘야 하는 것에 대한 응축된 분노다.
◇ ‘기대’와 ‘분노’의 교차… ‘공공기관 이전’의 해묵은 갈등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나올 때마다 지역 간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해소되지 않는 갈등의 구조 때문이다.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지역에는 공공기관 유치가 생존 전략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기존 소재 지역에서는 인구와 산업 기반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미래와도 직결된 사안이란 점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환경공단의 소재지인 인천 서구를 ‘환경 전문 강소 특구’로 지정했는데, 중심축인 환경공단이 이전할 경우 그 기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지역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송출 지역에 대한 보상 논의는 관심 밖이라는 점도 해당 지역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수도권이라고 하더라도 사정이 달라 갈등의 결은 복잡해진다. 2026년 기준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총 342개로 이중 약 47%인 162개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지자체로만 봤을 땐 서울이 128개, 경기도가 26개 인천이 8개다. 같은 ‘수도권’이라고 하더라도 지역 간 편차가 큰 것이다.
이러한 지역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지역에 들어서는가에 따라 지역 간 편중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점 도시를 제외하고는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3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혁신도시의 정주환경과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혁신도시 외 지역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더 크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지역의 ‘사활’을 건 생존 게임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국면은 이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울산과 충북 등 여타 지자체가 한국환경공단을 유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인천 지역은 해당 사안이 핵심 선거 변수로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역 민심의 반발에 후보들이 일제히 공공기관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모두 환경공단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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