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자산 현물 ETF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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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겠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약속이다. 그러나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다 건너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미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인 소소밸류(SoSoValue)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비트코인 현물 ETF 총 순자산은 현지시각 12일 기준 1073억1000만달러(한화 약 159조5486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2024년 초 첫 거래가 시작된 이후 약 2년 만이다.

미국 시장은 단순히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는 양적 팽창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관련 파생상품 준비에 나서는 등 질적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금융 규제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일본조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금융청(FSA)은 오는 2028년까지 투자신탁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상자산 기반 ETF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증시의 심장부인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이미 관련 법 개정을 전제로 가상자산 ETF 상장 준비에 나서며 당국을 압박 중이다.  

반면, 한국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법적 근거 부재'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ETF의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등으로 제한한다. 융당국은 가상자산이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근거로 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입법 지연 문제도 겹쳤다. 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의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가이드라인을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공전하는 국회를 향해 당국은 별다른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법 개정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한 일본 당국의 적극성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다. 다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미 글로벌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ETF로 '직구' 원정에 나서고 있고, 국내 금융사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단순한 금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내 도입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책 추진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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