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첨단산업 중심의 생산적 금융 기조까지 맞물리며 은행권이 대기업 중심의 대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중소기업·SOHO 대출은 줄인 반면 대기업대출은 두 자릿수 증가하며 이 같은 흐름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3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은 18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기업대출 내 구성이 크게 엇갈렸다. 대기업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3.9% 감소했다. 특히 SOHO 대출은 8.4%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 가계도 늘었지만…은행 돈은 대기업으로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이후 성장 축이 기업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실제 자금은 담보와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 중심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을 비교하면 대기업 중심 성장 기조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은행별로 온도차는 있었다.

KB국민은행은 대기업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하며 중소기업(3.4%)과 SOHO(0.3%)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2.0%에 머물렀다.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중심 성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대기업대출이 8.1% 증가했지만 중소기업(6.9%)과 SOHO(2.5%) 대출도 함께 늘며 비교적 균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가계대출 역시 3.6% 증가했다. NH농협은행 역시 대기업대출 증가율(9.1%)이 중소기업(1.1%), SOHO(1.9%), 가계대출(4.2%)을 모두 웃돌며 대기업 중심 확대 기조를 보였다.
신한은행도 대기업대출 증가율(12.1%)이 중소기업(4.5%)과 SOHO(2.7%)를 크게 웃돌았다. 가계대출도 4.3% 증가하며 전반적인 자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기업대출 내에서는 대기업 중심 확대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경기 둔화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우량 차주 선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은행들이 담보가 좋고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 위주로 자산을 재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우리금융 편중 가장 선명…건전성 부담도 확대
다만 우리은행처럼 대기업대출 급증과 중소기업·SOHO 대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평가다. 업권 전반이 방어적 기업금융 기조로 이동하는 가운데 우리금융의 대기업 편중 현상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연체율이 0.38%로 전년 동기(0.34%) 대비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32%에서 0.33%로 높아졌다. 반면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을 나타내는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188.4%에서 161.1%로 27.3%포인트 급락했다.
하나은행 역시 연체율이 0.32%에서 0.39%로 상승했고, NPL비율도 0.35%에서 0.37%로 높아졌다. 다만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기준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실적 자료에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체 연체율이 전년 동기 0.34%에서 올해 1분기 0.32%로 소폭 하락했다. NPL 비율도 같은 기간 0.31%에서 0.3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NPL 커버리지 비율은 159.3%에서 162.1%로 소폭 상승했다.
농협은행은 건전성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NPL비율은 전년 동기 0.56%에서 올해 1분기 0.53%로 소폭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담보가 좋고 신용도가 높은 차주 중심으로 자산을 재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더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쏠림 왜?…우리금융 “임대업 대출 축소 영향”
우리금융 측은 중소기업대출 감소에 대해 단순한 여신 축소가 아니라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SOHO 대출 내 비중이 큰 임대업 관련 여신을 줄이는 대신 제조업·첨단전략산업 중심으로 여신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입장이다.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첨단산업 관련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4년부터 자산 리밸런싱 차원에서 임대업 중심 대출은 줄이고 제조업·첨단전략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첨단산업 관련 여신 비중이 커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대기업대출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개인사업자 금융지원도 지속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의 경우 신용평가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증기관 연계 대출 등을 확대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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