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대의 슬픔 품은 호러 코미디”… 김민하 감독, ‘교생실습’에 담은 것

시사위크
김민하 감독이 영화 ‘교생실습’으로 돌아왔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민하 감독이 영화 ‘교생실습’으로 돌아왔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교생실습’은 교권 문제와 학원 호러, 코미디를 결합한 작품이다. 귀신과 맞서는 여고생들과 교생 교사를 중심으로 공포와 웃음, 시대적 현실을 함께 담아냈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은 김민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여고괴담 뉴 제너레이션’을 이어간다.

김민하 감독은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단순한 B급 호러 코미디를 넘어 교권 문제와 비대해진 사교육 등 지금 세대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영화 안에 녹여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꿈꾸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실 안에서 영화로 한번 춤춰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이후 ‘교생실습’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처음에는 부제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2: 교생실습’이었다. 사실 전작인 ‘개교기념일’이 어느 정도 흥행을 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워낙 손익 규모가 낮았으니까 그 정도는 넘겠지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3만 관객 정도에서 마무리됐다. 물론 3만이라는 숫자 자체는 정말 감사한 기록이다. 잠실야구장만 다 채워도 2만명 정도 아닌가. 그만큼 봐주신 분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다만 상업영화 시스템 안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작품이라는 꼬리표가 남는다. 아무리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캐스팅을 들고 와도 그런 시선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아예 ‘교생실습’을 메인 타이틀로 가게 됐다. 제작 환경도 전작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필요했던 예산의 반의 반 수준까지 줄었다. 최종 예산이 확정된 날 스태프들을 다 모아놓고 ‘이 정도 상황이 됐다, 떠나도 원망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는 시작한 이상 어떻게든 완주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단 한 명도 안 떠났다.”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정말 현장에서 다 같이 버틴 느낌이었다. 장비 스펙도 낮추고, 조명 전구 살 돈도 없어서 각자 숙소 방 전구를 떼서 가져오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전달을 잘못 받아서 스탠드 자체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개교기념일’ 때 사용했던 숙소 창고에 남아 있던 전구들을 다시 꺼내 쓰기도 했고, 호텔 지배인이 빌려준 물건들도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막아가면서 영화를 완성했다. 그 상태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정말 번아웃이 크게 왔다. 편집도 직접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으면서 큰 용기를 얻었다. 이후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이 왓챠 ‘걸스 나잇 붐업’ 작품으로 올라가고, 영화상 후보에도 오르면서 조금씩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배우 김도연이 신인여우상을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불씨가 살아났고 결국 개봉까지 올 수 있었다.”

-전작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싶었나. 또 감독이 생각하는 학원 호러의 방향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경계했던 건 자기복제였다. 비슷한 구도로 가면 결국 자기복제가 되고, 전작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공포영화 선배들이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 ‘여고생들이 귀신을 만나 죽는다’는 하나의 공식을 만들었다면, 내가 꿈꾸는 새로운 세대의 학원 호러는 ‘여고생들이 귀신을 만나 이긴다’는 공식이었다. 그런 큰 방향만 유지한 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전작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스스로 세웠다.”

호연을 펼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 한선화.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호연을 펼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 한선화.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전작보다 코미디 색채가 더 강해졌다. 톤을 어떻게 가져가고자 했나.

“원래 무서운 걸 정말 싫어한다. 어릴 때 ‘주온’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한약도 먹고 절에 가서 기도도 받았다. 아직도 토시오만한 아이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그래서 원래는 호러를 거의 안 봤다. 그런데 영화감독을 꿈꾸고 나서 보니 신인감독들이 저예산으로 데뷔할 수 있는 장르가 사실상 호러였다. 어쩔 수 없이 호러 영화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미디와 호러가 섞이게 됐다.

귀신의 권위 자체가 영화나 매체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실제로 귀신을 본 사람은 많지 않지 않나. 대부분 ‘카더라’로 듣는 거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저승사자의 이미지도 결국 옛 드라마나 영화에서 굳어진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귀신의 룩과 권위 역시 매체가 만든 이미지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영화로 그 권위를 한번 끌어내려 보고 싶었다. 전작 ‘개교기념일’도 그렇고 이번 ‘교생실습’에서도 귀신들이 학생들에게 격파당한다. 그런 설정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코미디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귀신 때문에 너무 오래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했다. 어릴 때는 영화를 보고 나면 토시오가 극장 밖까지 따라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집에 가서도 계속 떠오르고, 실제로 어딘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귀신이 극장 밖까지 따라가지 않았으면 했다. 관객들이 ‘이건 영화 안의 존재다, 귀신은 스크린 안에만 있다’고 느끼면서 편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 속 귀신의 설정과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구상했나.

“언수외(언어·수리·외국어) 귀신은 과목별 특징에서 출발했다. 언어영역, 지금의 국어영역 귀신은 가장 전통적인 저승사자 이미지에 가깝게 만들었다. 그런데 너무 검은색으로 가니까 화면 안에서 묻히더라. 그래서 보라색 계열로 톤을 맞췄다. 수리 귀신은 의상실장님과 함께 만들었다. 유럽 학자 같은 느낌을 떠올렸다. 옷이나 중절모도 유럽풍으로 잡았고, 설정상 연구를 잘못했다가 교수형을 당해 귀신이 된 캐릭터다. 그래서 목에 밧줄도 걸고 있다.

외국어 귀신은 처음에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같은 분위기를 생각했다. 학생들이 듣기평가를 해야 하는데 옆에서 전기톱을 돌려서 못 듣게 만드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전작 ‘개교기념일’로 시체스 영화제에 갔을 때 남동혁 감독님과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 나란히 앉게 돼서 ‘핸섬가이즈’에서 전기톱 연출을 어떻게 했는지 여쭤봤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예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겠더라. 위험하기도 했고. 그래서 시체스 바닷가에 앉아서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할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광대 설정으로 바꿨다. 서양에서는 ‘광대 공포증’ 이야기를 하잖나. 한국에서는 광대를 무섭기보다는 친숙한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편인데 오히려 귀엽고 묘한 방향으로 가면 재미있겠다고 느꼈다.

퀴즈 귀신도 처음에는 1970년대식 각진 양복에 잿빛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저씨 귀신을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위협적이지 않더라. 호러 영화 안에 있는 캐릭터인데 너무 힘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위협적인 방향으로 다시 만들었다. 지금의 퀴즈 귀신 의상은 정신병원에서 사용하는 구속복 설정이다. 그걸 찢고 나온 캐릭터다. 약간 ‘해리포터’의 트롤 같기도 하고, ‘캐스퍼’ 같은 느낌도 떠올렸다.” 

김민하 감독이 또 한 번 여고생들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낸 이유를 밝혔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민하 감독이 또 한 번 여고생들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낸 이유를 밝혔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성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고 있다. 여고 설정은 어떻게 접근했나.

“나는 남고를 나왔다. 그래서 오히려 남고에 귀신이 나온다는 설정은 잘 상상이 안 됐다. 실제로 귀신이 나오면 어떻게 처리될지가 너무 쉽게 그려지는 거다. 야간자율학습 시간만 되면 학교에 남자들만 남아 있고, 다들 덥다고 웃통 벗고 있고 그랬다. 그런 공간에서는 공포의 분위기가 잘 안 떠오르더라. 반대로 여고는 나에게 상상할 여지가 있는 공간이었다. 다만 내가 남성이다 보니 자칫 오해하거나 곡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할 때마다 여성 스태프들에게 계속 보여줬다.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놓친 지점은 없는지 계속 피드백을 받는다. 그러다 보면 특정한 ‘여고 이야기’라기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집합의 이야기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여동생도 피드백을 많이 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몰랐는데 실제 공간 표현을 보면서 ‘여고 책상 뒤는 저렇게 깨끗하지 않다’ 같은 이야기도 해줬다. 그런 디테일까지 계속 수정하면서 누가 봐도 불편하지 않은 톤을 만들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음악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뉴진스의 ‘디토(Ditto)’나 한스밴드의 ‘호기심’ 같은 곡들을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호기심’이라는 노래 안에 있는 소녀들의 에너지와 감정이 ‘개교기념일’과 ‘교생실습’ 속 캐릭터들에 큰 영향을 줬다. ‘선생님 사랑해요’ 같은 감정들도 그렇고, 그 특유의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분위기에서 힘을 많이 받았다. 여기에 ‘디토’가 가진 판타지적인 감성을 섞으면서 지금의 톤이 만들어졌다.”

-호러와 코미디의 리듬감도 독특하다. 장르의 완급은 어떤 방식으로 조절하나.

“야구 투수의 볼 배합처럼 생각한다. 계속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결국 타자가 쳐내지 않나. 관객이라는 타자를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높은 공도 던지고, 땅볼도 유도하고, ‘이게 웃긴 건가, 무서운 건가’ 헷갈리게 만드는 식이다. 사실 모든 개그 코드가 다 웃길 수는 없다. 그런데 누군가 한 번이라도 웃어주면 그건 타자가 헛스윙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장면들을 배치했다. 대신 영화 안에는 몇 개의 결정구도 심어놨다. 그걸로 홈런을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꽉 찬 직구 같은 존재였다. 기존 호러영화들이 직구에 가깝다면, 나는 변화구를 던지는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빠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 같은 느낌이다. 공포와 코미디를 섞으면서 관객의 타이밍을 계속 흔들고 싶었다.”

-배우들에게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지양하는 건 배우 개인기로 웃기는 방식이다. 한선화도 워낙 코미디 감각이 좋은 배우지만, 굳이 웃기려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특정 상황 안에서 만나 충돌하면서 생기는 화학작용에 가깝다. 각자의 캐릭터가 충분히 사랑스럽게 만들어져 있으면, 그 인물들이 상황 안에서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유선호.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유선호.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한선화를 비롯해 주요 배역은 어떤 기준으로 캐스팅했나.

“한선화는 영화의 기승전결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지구력과 내공이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 은경이라는 인물은 결국 이다이나시에게 그 쪽지를 보낼 수 있어야 하는 캐릭터였다. ‘엿 드세요’라는 그 한 문장을 설득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 쪽지 안에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어야 하고, 유머러스하지만 꺾이지 않는 강단과 정의감도 담겨 있어야 했다. 작가로서 그런 감정들을 써놓을 수는 있지만, 결국 관객이 납득하게 만드는 건 배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한선화는 그걸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홍예지는 ‘보통의 가족’에서 처음 봤다.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기 역할을 단단하게 해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후 다른 작품들도 찾아봤는데 사극에서는 또 전혀 다른,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나오더라. ‘이 배우는 굉장히 다양한 얼굴이 있구나’ 싶어서 시나리오를 보내게 됐다. 

여름은 ‘개교기념일’ 때 같은 그룹인 우주소녀 은서(손주연)와 함께 해서 당시 우주소녀 활동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데, (여름이) 멤버들 사이에 있을 때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교생실습’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샛별 역은 여름 배우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이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미 연기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놀라웠던 건 ‘개교기념일’을 자기 돈으로 네 번이나 봤다는 점이었다. 정말 연기를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우리 영화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도 여름이었다.”

-신인 배우들과 유선호에게서는 어떤 가능성을 봤나.

“이화원은 전작에서 탁구공 소녀 역할로 잠깐 함께했다. 처음 만난 건 4년 전 서울독립영화제였다. 짧은 역할이었는데도 굉장히 성실하게 준비해 온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더 긴 호흡으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다. ‘여고괴담 뉴 제너레이션’을 이야기하는 만큼, 계속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과거 ‘여고괴담’ 시리즈가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전작에서는 현정 역의 강신희가 있었고, 이번에는 이화원이 그런 존재였다.

유선호가 연기한 이다이나시 역시 여러 버전을 고민했다. 일본 전통 요괴 느낌이나 가부키 스타일, 사무라이 갑옷 버전 같은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런데 유선호가 가장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특유의 ‘도련님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지만 안에는 서늘하고 위험한 느낌이 있는 캐릭터 말이다. 특히 이다이나시의 약점이 결국 감동이라는 설정인데, 그 미묘한 감정선을 정말 잘 표현해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나면서 특히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때 교단을 떠난 선생님 한 분이 영화를 보러 오셨다. 당시 서이초 사건 이후 여러 감정들이 남아 있던 시기였는데, 사인을 받으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 모습을 보는데 나도 울컥했다. 대만 가오슝에서는 또 다른 반응을 들었다. 대만 역시 항일의 역사가 있다 보니, 관객들이 ‘자신들의 전통 교육기관은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 반응들을 접하면서 이 영화 안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구나를 느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선생님 관객분들이 따로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인사를 건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굉장히 큰 기쁨을 느꼈다. ‘이 영화가 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닿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생실습’은 누군가를 지켜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이 더 크게 남는다.”

김민하 감독이 작품에 담고자 한 메시지를 언급했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민하 감독이 작품에 담고자 한 메시지를 언급했다.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교생실습’에 담고자 했던 시대의 이야기와 메시지는 무엇인가.

“현실이 당장 바뀌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영화로 한번 춤춰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개교기념일’이 수능이라는 소재를 통해 경쟁 안에 놓인 세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면, ‘교생실습’은 교권 문제와 비대해진 사교육, 점점 사라지는 공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시대의 슬픔이 영화 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한 편이 현실을 바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권 문제 역시 영화 하나로 해결되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감정을 담아서 영화라는 방식으로 함께 움직여보고 싶었다.

코미디 영화로서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이상 가볍게 가면 이 아픔을 이용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 지점을 굉장히 조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전작보다 비급 정서가 조금 덜해졌다는 반응들도 실제로 있었다. 그 부분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관객들이 어떤 지점을 기대하는지도 이제는 조금씩 더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꿈꾸게는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을 계속 떠올리면서 영화를 만든다. 지금 이 시대에 영화로 어떤 꿈을 꾸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3구삼진이 뭔지 보여주겠다.(웃음)”

-이 세계관을 끌고 가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꺾이지 않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장의 기준으로 보면 흥행을 위해 어떤 캐스팅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설정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듣게 된다. 실제로 ‘개교기념일’ 이후에는 남녀공학이나 남고 배경으로 바꿔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유명 스타 배우들이 붙고, 더 많은 관객이 보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런 의견들도 충분히 존중한다. 산업적으로 필요한 판단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여고괴담 뉴 제너레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유선호처럼 작품 안에 필요한 이유가 있어서 남자 배우가 들어오는 건 굉장히 열려 있고 환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흥행만을 이유로 조합 자체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이 세계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 두 편의 영화가 실제로 개봉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걸스 나잇’ 팬덤처럼 영화를 지켜주려는 관객들이 생긴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또 나와야 한다’고 말해주는 관객들이 있는 거다. 결국 관객들이 영화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힘을 믿고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구상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야기는 구상하고 있고 다 다르다. 만약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언젠가는 ‘아메바 소녀들’의 여섯 번째 이야기로 ‘총동문회’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각 작품의 소녀들이 귀신과 싸우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고, 그 순간 멀티버스처럼 세계가 열리면서 이전 시리즈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식이다. ‘어벤져스: 앤드게임’ 같은 총집합의 전율을 가져가고 싶다. ‘개교기념일’에는 불주먹이 있었고, ‘교생실습’에는 사랑의 매가 있듯이 작품마다 상징처럼 남는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총동문회’에서 한꺼번에 모이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팬들에게 보내는 완전한 보답 같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물론 그 시작은 결국 ‘교생실습’이다. 이 영화가 잘돼야 다음 이야기들도 이어갈 수 있다.” 

-극장에서 ‘교생실습’을 봐야 하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스승의날 이틀 전에 개봉한다. 영화 안에도 ‘스승의 은혜’ 같은 정서가 굉장히 직접적으로 담겨 있다. 이 영화가 누군가를 꼭 지켜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동시에 이런 결의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극장 스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 시장 안에서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시도들이 살아남으려면 관객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응원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자신의 스승을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지 않나. 또 영화 속 이야기처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흥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교단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연대하고 싶어 하는 영화가 있다는 거다. 너무 혼자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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