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공연 취소 손배소 승소, 팬들도 법정 함께…'보란 듯이' 구미 갈까 [MD현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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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환/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가수 이승환이 구미 공연 취소 관련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선고 현장에는 공연을 예매했던 팬들 여러 명이 자리했고, 이들은 항소를 지지하며 ‘보란 듯이’ 다시 구미 공연이 열린다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8일 이승환과 소속사 드림팩토리, 공연 예매자 100명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2억5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구미시가 이승환에게 3500만원, 드림팩토리에 7500만원, 공연 예매자 100명에게 각 1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총배상액은 1억2500만원 규모다. 다만 김 시장 개인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구미시가 지난해 12월 25일 예정됐던 이승환 데뷔 35주년 콘서트 ‘헤븐’ 공연을 이틀 앞두고 취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구미시는 시민 안전 등을 이유로 공연장인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관을 취소했고, 이승환 측에는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이승환 측은 서약서 제출 요구와 일방적인 공연장 사용 허가 취소가 불법 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가수 이승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마이데일리

이승환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공연의 자유에 중요한 기준점을 세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공연 예매자들의 손해가 인정된 데 의미를 뒀다. 임 변호사는 "예매자들은 티켓값을 환불받았지만, 구미시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공연 취소로 기대했던 공연을 보지 못했고 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예매자 1인당 15만원 위자료가 인정된 것은 상징적인 측면을 넘어 실질적인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소송은 드물다. 그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소송을 했고, 함께 이겼다"며 "무엇보다 각각의 팬들에게 15만원 정도의 금전적인 이득을 드렸다는 것에 변호사로서 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향후 이승환이 구미에서 다시 공연할 가능성을 묻자 임 변호사는 "마치 보란 듯이 말이냐"며 "지금은 이승환 씨가 공연을 쉬는 시즌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계획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비슷한 생각으로 물어봤을 때 그 정도까지 계획은 없지만 일단 판결을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항소해서 다투는 상황이라 확정될 때까지 시간이 있는 것도 있다.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라고 답했다.

이승환 데뷔 35주년 콘서트 '헤븐' 구미 공연 포스터/드림팩토리

법정에는 이승환의 팬들 여러 명이 자리해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 재판부가 구미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선고를 내리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짧은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임 변호사의 입장 표명 역시 함께 지켜봤다.

공연 예매자인 A씨는 "재판 결과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기는 방향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면서도 "우리는 김 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바가 컸다. 항소를 준비하신다고 하니 우리도 공장장(이승환)님께서 항상 얘기한 것처럼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A씨는 "구미 공연은 천 명이 예매했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원고로는 100명만 들어갔지만, 새로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 천 명들이 또다시 합심해서 그 부분도 준비하고 싶다"며 "부당하게 공연이 취소당했다는 것 자체가 인정됐다는 점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원고 100명 중 한 명인 B씨는 "지자체 단체장인 것을 떠나, 정치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핑계를 대긴 했지만 많은 시민들과 팬들, 지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라는 좋은 날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한 개인이 취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역시 "팬들이 맛집이나 빵, KTX와 버스 등 여러 가지를 예약해 놨다. 지역 사회에도 굉장히 타격이 크다. 천 명이 가서 밥을 만 원씩만 먹어도 천만 원"이라고 거들었다. B씨 또한 "지자체인 구미시에만 책임을 물었기 때문에 김장호라는 사람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승환의 항소 계획에 동의했다.

구미 공연이 다시 열린다면 참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현장에 있던 팬들 여러 명이 "당연히 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구미에 가서 맛있게 먹고 맛있게 놀고, 구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잘 노는 사람들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환도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는 일방적인 공연 취소의 위법성, 서약서 강요의 불법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구미시의 무책임 등을 모두 인정했다"며 "그럼에도 피고 김장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못내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 항소해 끝까지 정의를 묻겠다. 일부 오만하고 천박한 행정 권력이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음악인의 양심과 예술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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