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에게 병원장이 수개월에 걸쳐 협박과 회유를 반복한 사실이 녹음 파일과 자필 각서를 통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필 각서를 직접 써주고도 “종이조각”이라며 이행을 거부한 병원장의 행태가 고스란히 확인됐다.
6일 본지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병원장이 직원들을 향해 “나는 독한 놈이다, 상상 밖으로 독하다” “형사 민사 몇 년 시달린다”며 압박한 발언들이 날짜별로 담겨 있다. 4대보험료를 수개월씩 미납해 온 사실도 피해자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 각서 작성 후 공증 거부 반복
올해 3월 17일 A요양병원 병원장 겸 이사장은 간호부 직원들에게 자필 각서를 직접 작성해 건넸다. 각서에는 ▲지연된 2월 임금을 3월 25일까지 전액 지급 ▲3월 임금은 15% 인상된 금액으로 3월 31일까지 전액 지급 ▲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수자를 대동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인수자가 3월 31일 당월 직원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사장 자격으로 서명까지 기재했다.
그러나 각서를 건넨 다음 날 병원장은 공증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각서 이행을 요구하자 “그건 종이조각”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 녹음이 입증한 협박 발언들
피해자들이 제공한 녹음과 발언 기록에는 병원장의 협박성 발언이 날짜별로 담겨 있다.
올해 2월 13일에는 먼저 퇴사한 직원 2명을 지목하며 “의료계가 좁으니 가만 안 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3월 8일에는 “나는 독한 사람이고 국가유공자”라며 단체 행동을 문제 삼았고 3월 17일에는 퇴사하는 물리치료사를 향해 욕설이 담긴 발언을 한 뒤 수간호사들을 “주동자”로 지목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4월 7일에는 “나는 악에 받쳤다, 선동 세력이 있다, 법적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4월 8일에는 “포렌식으로 통화 기록을 다 찾아내 선동자를 밝혀내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27일에는 “경찰서에 고발한 20명을 명예훼손·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했다.
한 피해자는 “월급을 못 받아 진정서를 낸 것인데 오히려 고소당할 것처럼 협박을 받았다”며 “의료계에서 발 못 붙이게 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병원 앞 집회 현장에서는 병원장이 나와 참가자들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 개원 초부터 반복된 미납 지연 패턴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이 병원의 부실 운영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개원한 지 불과 2년 뒤인 2008년 무렵부터 4대보험료를 3개월씩 미납하다 뒤늦게 납부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으며, 직원들 자택으로 미납 통지 등기가 날아오는 일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공단의 가압류 조치로 두 달치를 강제 납부했으나 현재 다시 한 달치가 체납 상태라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연말정산 환급도 법정 시기인 2~3월이 아닌 매년 5월 말에야 지급돼 왔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의료법인임에도 퇴직연금(IRP)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피해자들은 진술했다. 퇴직연금 가입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의무 사항이다.
◆ 병원장 해명, 피해자·노동청과 상이
본지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서 B병원장은 “내 개인 돈 4억원 이상을 병원에 직접 빌려줬다”며 “임금체불은 환자가 줄어 수입이 감소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또 “환자가 떨어진 것은 일부분은 간호사의 책임도 있을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도 담겨 있었다. “보훈처 지정 병원 신청과 부산대학병원 연계를 통해 환자를 확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언도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수년간 반복된 약속 불이행을 직접 경험했다”며 “환자가 줄어든 것도 임금을 못 받은 직원들이 떠나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진 결과”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병원장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이 날짜까지 주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번복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진술과 녹음을 통해 확인됐다.
◆ 의료법인 관리·감독 공백 수면 위로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시·도지사의 감독하에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재직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장 겸 이사장 1인 체제로 운영되는 구조 속에서 재정 운용을 견제할 내부 기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정이 여러 건 접수되면 전수 감독을 통해 전체 체불 여부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한다”며 “퇴사자들의 4대보험 상실 신고 등 행정 처리도 신속히 이뤄지도록 사업주를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7일 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간이 대지급금 신청도 병행 추진 중이다. 한 피해자는 “병원이 문을 닫으면 대지급금도 보장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하며 버텼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하루라도 빨리 피해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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