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기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공급이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은 6조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연체율까지 함께 상승하면서 지원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은행권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총 570조6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564조5315억원) 대비 불과 석 달 만에 6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급증세는 규제 강화 등 가계대출 관련 압박이 지속되자,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중 자금의 물꼬를 부동산 부문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틀어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취급한 곳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8조48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950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역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2조1195억원 늘어 151조4935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연체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1분기 말 평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4%로 전분기(0.45%) 대비 0.09%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 잔액은 총 3조152억원으로 3개월 새 4859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전분기 0.47%에서 0.61%로 0.14%p 급등했다.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상승세다. 우리은행은 0.09%p 상승해 0.61%를 기록했다. 신한은행(0.46%)과 국민은행(0.44%)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모두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마냥 높일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원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도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금융 이용·애로 실태조사에서 전년 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40%에 달했다.
또 법인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19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4.1% 증가한 수준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은행권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운영·시장 리스크 산정 기준 등 낡은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이를 통해 확보된 최대 74조5000억원 규모의 여력을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에 적극 공급하도록 유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기업이면서도 정부 입김이 강한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상 불가피한 딜레마"라며 "연체율이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준은 아닌 만큼 충격흡수능력 등을 고려해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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