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 관계가 민감한 현안을 두고 이상 기류를 보이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면한 현안에만 국한한 것이 아닌 외교라는 큰 흐름 속에 외교적 다변화의 노력을 꾀하겠다는 ‘실용 외교’의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중동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략적인 국익 외교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사우스와 외교 지평을 넓혀가야 되겠다”며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 또한 당연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인도·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은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본격적인 가동을 알렸다. 단순히 경제 영토 확장이라는 측면을 넘어 중동 사태가 촉발한 외교·안보 지형의 재편 과정에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이를 언급하며 동시에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을 언급한 것은 전략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실용 외교 기조 아래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협력을 언급하며 ‘상호 존중’과 ‘상식’, ‘원칙’ 등을 거론했다. 최근 ‘쿠팡 사태’를 비롯해 ‘대북 정보 제한’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브리핑에서 “동맹은 아주 가까운 관계지만 잘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미동맹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가 직면한 고민인 것이다.
◇ ‘외국군 의존’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
이날 이 대통령이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는가”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자체 군사력 수준이 세계 5위라는 점을 근거로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적 태도를 지적했다. 그간 ‘자주국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던 만큼, 이날의 메시지도 이러한 의미를 담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의 발언은 다층적 해석의 여지도 존재한다. 우선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속도를 내는 만큼 정부는 늦어도 오는 2030년까지는 이를 성사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전략·작전 계획서를 짜고 할 준비를 충분히 해 놓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안 장관은 “전작권 환수도 앞당길 수 있는 유무형의 정신적 자산, 전략 체계도 다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중동전쟁을 거치며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발언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참전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상황은 우리 안보 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야기하고 있다. 최용환·김윤희·장세호·이성훈·안병옥·오일석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중동전쟁과 글로벌 복합 위기 : 평가와 시사점’에서 “전쟁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 극복을 위해선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부처의 노력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홍보나 공보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오해나 불안감이 생기지 않도록 잘 알려야 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