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정부가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5만8,000명 대상으로 오는 5월부터 전수조사를 추진한다. 학대에 노출된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성평등가족부‧경찰청과 함께 수립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친모가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해든이 사건’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 발표돼,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발굴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동학대는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는 5만232건으로, 이 가운데 2만4,492건이 학대로 판단됐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도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년 44명 △2024년 3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아동이 영유아인 경우 대부분 집안에 있고 의사표현이 어려워 학대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의료기관 이용이 상대적으로 잦은 영유아 특성을 반영해 오는 5월부터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의료 미이용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기아동 발굴 변수 검증을 통해 위기아동발굴시스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전문인력이 2세 미만 영아 양육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와 상담을 제공하는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 사업은 보건소에 등록한 임신부와 영아기 가정을 대상으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태아‧영아의 건강 및 발달을 점검하고, 부모교육과 심리‧정서 상담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애아동 대상 학대 대응도 강화한다. 2024년 학대의심사례 1,479건 중 아동학대 사례는 700건이며, 이 가운데 발달장애아동 학대 사례는 60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학대 사례의 86.9%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부는 장애아동의 보호‧치료‧양육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특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대하고, 아동학대 대응 종사자와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에는 아동학대와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간 협력 강화를 위해 관계기관 학대대응협의체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를 아동학대 범죄로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범죄에 자녀 살해(미수)를 포함하거나,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범죄에 형법상 살인의 죄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피해아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상 피해아동보호명령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 아동학대 대책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우 유의미한 결과다”라며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로 생존한 아동 5명 중 1명은 별도의 사례관리 없이 다시 위험한 가정으로 돌아간다. 이에 피해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등 회복적 접근과 지원이 가능해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일부 내용이 포함되긴 했지만, 영유아와 장애아동 등 사각지대에 초점을 맞춰 대책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은 보건소에 신청한 산모에게만 제공되는 구조로, 신청주의에 따른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은 보편적 서비스로서 제도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해당 사업을 시행 중인 보건소는 전국 73개소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업을 지원한 지자체가 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신청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신청주의 한계를 넘은 보편적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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