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팔아도 밑빠진 독”…생보사, ‘본업 한계’에 해외·시니어 사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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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이 저출산·고령화로 본업 한게에 직면하자 해외·시니어 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본업 위기’에 직면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수요가 둔화되고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며 해외와 시니어 사업을 중심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22곳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9680억원으로 전년(5조6327억원) 대비 11.8% 감소했다. 보험 본연의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투자이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중심의 상품 체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데다, 최근 확대를 시도하는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역시 손해보험사 대비 경쟁력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신규 계약 기반은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보험금 지급 부담은 늘어나면서 수익성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본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자 생보사들은 사업 축 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외 시장 확대가 꼽힌다. 삼성생명은 중국 공상은행과 합작한 ‘중은삼성인수보험’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기준 약 1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생명은 동남아 중심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4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리포손해보험 지분 인수 이후 순이익이 100억원대까지 확대되며 실적 보완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 인수와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비보험 영역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해외 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의 순손실이 확대되는 등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사업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해외 전략이라도 진출 국가와 방식에 따라 성과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시니어 사업 역시 핵심 확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은 고령 인구 증가에 대응해 보험금 지급 이후까지 고객을 관리하는 ‘생애관리형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요양시설과 실버타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해 보험과 돌봄을 연결하는 구조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다. 단순 보장을 넘어 자산관리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강동·은평·광교 등에 요양시설을 구축하고, 실버타운과 데이케어센터를 결합한 체인형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보험 상담과 자산관리,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계한 복합 플랫폼 구축이 목표다.

신한라이프는 경기 하남에 프리미엄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하며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전 세대 1인실 구조와 전문 돌봄 인력을 내세워 차별화에 나섰고, 추가 거점 확대도 검토 중이다.

삼성생명은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키고 기존 ‘삼성노블카운티’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신사업추진 조직을 신설해 시니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병행하며 중장기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하나생명 역시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수도권 요양시설 진출을 준비하는 등 후발주자들도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은 공통적으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구조다. 해외 사업은 현지 인프라 구축과 영업망 확보에 비용 부담이 크고, 시니어 사업 역시 부지 매입과 시설 투자 등 초기 비용이 상당하다. 규제 환경과 시장 안착 여부에 따라 수익성 확보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결국 생보사들은 ‘보험사’에서 ‘종합 금융·라이프케어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험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본업의 성장 한계를 비보험 영역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된 가운데, 사업 안착 여부와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가 향후 실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만으로는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와 시니어 사업 모두 단기간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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