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정상혁 ‘진두지휘’ 5대 은행장 베트남 출장길…“해외 실적 가르는 전쟁터”

마이데일리
왼쪽 위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사진 출처=각 사, 챗GPT 이미지 생성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내 5대 은행장이 베트남에 집결한다. 단순한 해외 일정이 아니라, 해외 실적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시장을 직접 점검하는 행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이날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이재명 대통령 국빈방문 일정에 맞춰 현지에서 합류한다.

◇ ‘해외 순익 20%’…베트남이 판을 바꿨다

베트남은 국내 은행 해외사업에서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은행의 베트남 순이익은 약 4500억원으로 전체 해외 순익의 약 20%를 차지한다. 작년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진출 규모 역시 최대 수준이다. 2025년 기준 국내 은행 해외 점포의 약 10%가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무엇보다 수요 기반이 확실하다. 베트남에는 1만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금융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글로벌 사업 관계자는 “베트남은 탈중국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 시장”이라며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이 대체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은행들도 해당 국가 중심으로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공장 진출이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져 있어 금융 수요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구조”라며 “기업금융과 리테일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 체급이 다른 신한 ‘2600억’…베트남에서 갈린 글로벌 경쟁력

현재 베트남 시장의 주도권은 신한은행이 쥐고 있다. 총 56개 지점을 보유한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약 25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외국계 시중은행 1위에 등극했다. 이는 신한은행 해외 순익(5873억원) 가운데 약 44% 수준으로,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기여도다.

신한베트남은행 호치민 지점이 위치한 Centec Tower(11층) / 구글 지도

신한은행은 1993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2017년 호주계였던 ANZ베트남 소매금융부문 인수를 계기로 리테일 기반을 확보하며 현지화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단순한 외국계 은행이 아니라 현지 시중은행으로서 베트남에서도 3, 4위를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수년간 현지화 과정을 거쳤고 이 때문에 지점으로 나가있는 타 은행들과는 체급 자체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 우리 ‘효율 추격’ vs 하나 ‘투자 수익’…구도는 명확

후발 주자들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베트남우리은행에서 약 7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우리WON베트남’을 기반으로 리테일과 기업금융을 병행하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지분 투자 중심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2대 주주로서 지분 15%를 통해 2025년 약 1888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거두며 실적을 확대했다. 다만 이는 직접 영업 기반 수익과는 성격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지분법 이익을 통해 외형상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 기반 경쟁력 측면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중심의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아직 지점 중심 영업 단계로, 베트남 내 수익 기여도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을 포함해 해외 거점은 모두 중요하지만, (베트남은 지점 형태로 진출한 반면)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는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운영하는 구조여서 단순 지점과는 차이가 있다”며 “현지 법인은 수천 명 규모 조직으로 운영되는 반면, 해외 지점은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경쟁’ 아닌 ‘베트남 경쟁’

이번 베트남 집결은 해외 전략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글로벌 진출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특정 시장에서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느냐가 핵심으로 바뀌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 진출, 제조업 중심 성장, 젊은 인구 기반 금융 수요가 결합된 시장이다. 국내 은행이 구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이 동시에 갖춰진 셈이다.

업계는 베트남을 단순한 해외 거점이 아니라, 은행의 수익성과 전략이 동시에 검증되는 핵심 시장으로 분석한다. 현재 구도는 신한은행의 독주 속에 우리은행이 추격하고, 하나은행이 투자형 전략으로 차별화하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기반을 구축하는 형태로 정리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의 해외 경쟁은 사실상 베트남에서 판가름 난다”며 “이 시장에서의 성과가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MD포커스] 정상혁 ‘진두지휘’ 5대 은행장 베트남 출장길…“해외 실적 가르는 전쟁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