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월북 뒤집기’… 누가 방향을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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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월북 판단 번복’과 검찰 기소 경위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됐다. / 뉴시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월북 판단 번복’과 검찰 기소 경위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논쟁의 초점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2020년 ‘자진 월북’으로 내려졌던 판단이 2022년 정권 교체 이후 뒤바뀐 과정과 그 이후 검찰 기소로 이어진 경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뒤집힌 판단, 이어진 수사… 기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1일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검찰 수사를 둘러싼 전반적인 질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해 피격 사건도 함께 다뤄졌다. 사건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피격된 일로 당시 해경과 군은 군 첩보(SI)와 수사자료를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이를 뒤집고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후 감찰과 수사, 고발로 이어지며 사건은 정치 쟁점으로 확대됐다.

이날 국정조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은 사건의 결론보다 그 이후의 과정에 집중됐다. 기존 판단을 뒤집을 만큼의 새로운 핵심 증거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뤄졌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다. 당시 군과 해경은 확보된 첩보와 수사자료를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데, 이를 부정할 정도의 근거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2022년 5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전후로 사건이 재정리된 뒤 감사원 감사와 국정원 감찰이 시작됐고 대통령 보고를 거쳐 고발과 검찰 기소로 이어진다. 각각의 절차는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 순으로 놓고 보면 하나의 방향을 향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과정이 독립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판단 아래 연결된 일련의 행위인지가 핵심 쟁점이자 공방으로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와 고발 사이의 관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조사에서 대통령에게 감찰 결과를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고발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를 두고 “지시가 아니라 의견 교환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고발 결정의 주체를 묻는 질의에는 “최종 판단은 국정원장이 했다”고 답했지만, 대통령 보고 이후 판단이 이뤄졌다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보고와 판단 사이의 경계, 그리고 실제 결정이 어디서 내려졌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감찰과 수사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로 제기됐다. 국정원 감찰 부서와 감사원 점검 과정에 검사들이 파견돼 있었던 점이 확인되면서 감찰 단계에서 이미 수사 판단이 함께 이뤄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감사원은 범죄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감찰과 수사, 고발이 어떤 관계 속에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보고 과정 역시 중요한 지점으로 지목됐다. 2022년 7월 5일 대통령 보고 문건에 적시된 ‘첩보 삭제 지시’라는 표현을 두고 실제로는 첩보 배포 중단과 보고서 정리 수준이었는데도 더 강한 표현으로 정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사실이라도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보고 단계에서의 판단과 표현이 이후 수사의 방향을 규정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수사 과정 자체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기존 판단과 다른 자료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아니면 특정 결론에 맞춰 증거와 진술이 선택되거나 해석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판단 번복 이후 이어진 수사와 기소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정조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판단이 어떻게 뒤집혔는지, 그리고 그 이후 감찰과 보고, 수사와 고발로 이어진 과정이 일정한 방향 속에서 연결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건의 출발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애초 ‘월북’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당시 첩보와 상황을 종합하면 자진 월북으로 보기 어렵고, 이후 판단 번복은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여야가 같은 사건을 두고도 질문의 방향을 달리했다. 하나는 “어떻게 뒤집혔는가”를 묻고, 다른 하나는 “애초 판단이 맞았는가”를 물었다.

판단 번복의 경로와 각 단계의 역할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NSC 논의 이후 감찰과 수사, 고발로 이어진 과정이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진행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권 교체를 전후로 국가의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다. 다만 그 변화가 어떤 근거와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지, 동일한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대한 사건일수록 정치적 공방을 넘어 판단의 형성과 수정 과정이 제도와 절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관리됐는지에 대한 검증이 요구된다.

이번 국정조사는 사건의 결론을 다시 가리는 데서 나아가 국가의 판단과 수사가 어떤 기준과 절차 속에서 작동했는지를 묻고 있다.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확인이야말로 이번 논쟁이 남긴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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