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저축은행 업계에 반등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결과 주요 지표가 개선세로 돌아선 것. 그동안 적자를 기록하던 실적도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그렇다고 저축은행의 문제점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유는 본업인 여신 공급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서다.
이른바 '살을 깎아 뼈를 맞춘' 격이다. 지표상으로는 2년 연속 적자의 늪을 탈출해 4173억원의 이익을, 치솟던 연체율도 한 자릿수로 잡아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묘하다. 돈을 벌어서 흑자가 난 것이 아니라, 대출을 줄이고 부실을 털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1년 새 4조원 넘게 증발했다.
지난 2024년 말 8.5%까지 치솟았던 연체율은 지난해 말 6.0%로 내려앉았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7.70%에서 1.82%로 급락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15.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건전성만 놓고 보면 합격점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정부와 업권이 함께 뛰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매 분기 사업성 평가를 실시, 총 7차례 점검을 완료했다. 저축은행 업계 역시 부동산 PF 공동펀드 매각과 7조원 규모의 매각·상각을 통해 부실 털기에 속도를 냈다. 지금의 반등은 그 땀의 결과다.
문제는 이 '움츠러든 몸집'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는 '관리'를 넘어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PF라는 단일 메뉴판에서 벗어나, 중견기업 대출이나 포트폴리오 다변화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실질적인 근육으로 키워내야 한다.
정부도 방향을 잡았다. 지난 2월 발표된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은 중견기업 대출 허용과 유가증권 투자 확대 등 새로운 영업 활로를 열어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 PF에 편중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라는 신호다.
그러나 '허용'만으로는 부족하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실제 금융 공급 확대로 이어지려면, 규제 유연성과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 역시 규제의 고삐를 죄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다시 서민금융의 엔진을 가동할 수 있도록 유연한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부실의 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저축은행에 필요한 것은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이 아닌, 다시 뛸 수 있는 '운동장'이다.
지금의 반등은 그저 '추락을 멈춘 상태'에 불과하다. 이제 저축은행은 숫자가 아닌, 시장이 체감하는 금융 공급으로 그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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