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BC카드가 결제망(프로세싱) 회원사 이탈로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비용 절감에 힘입어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실적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자체카드 중심의 신판 사업과 대출 확대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김영우 사장은 기존의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 사업을 축소하고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육참골단(살을 내주고 뼈를 끊어내다)’식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 흔들리는 결제망…순익 늘어도 ‘실적 착시’
BC카드의 결제망 사업은 여전히 전체 수익의 약 77%를 차지하지만, 비중과 규모 모두 하락세다. 회원사 결제망에 의존하는 특성상 주요 고객 이탈은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카드 이탈이다. 우리카드는 과거 BC카드 결제망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핵심 고객으로, 이탈 자체가 수익 기반 축소로 직결되는 구조였다. 여기에 일부 은행·카드사들이 결제망에서 이탈하거나 자체 결제망 구축을 확대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비용 절감과 데이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 변화가 확산되면서, BC카드의 처리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실적은 개선됐다. BC카드의 2025년 연결 기준 순이익은 약 1285억원으로 전년(1078억원) 대비 19.2%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외형 성장이라기보다 비용 절감과 충당금 감소에 따른 방어적 증가 성격이 짙다. 실제 영업수익은 2023년 4조269억원에서 2024년 3조8057억원, 2025년 3조6350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제망 기반 사업은 안정적인 대신 성장성과 확장성이 제한적인 구조다. 고객 기반이 아닌 회원사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 특성상, 특정 고객 이탈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한계가 내재돼 있다.
과거 강점이었던 ‘안정성’이 현재는 변화 대응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수익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저위험에서 고위험으로”…불가피한 구조 전환
김영우 사장은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 자체카드와 데이터·플랫폼 사업 확대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BC카드는 ‘BC 바로 K-패스 카드’ 출시와 연회비 캐시백 이벤트 등을 통해 자체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ABC카드’ 상표권 출원까지 진행하며, 신판 중심 사업으로의 전환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구조적으로 비용과 리스크를 동반한다. 기존 프로세싱 사업이 수수료 기반의 저위험 구조였다면, 자체카드와 대출 사업은 마케팅·대손·조달 비용이 수반되는 고위험 구조에 가깝다.
현재 자체카드 수익 비중은 1%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결제망 사업 의존도는 여전히 70%대에 달한다. 수익 기반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이를 대체할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BC카드 측은 회원사 이탈이 ‘갑작스러운 악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원사 이탈은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흐름”이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고, 대표적인 게 ‘바로카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는 B2B 사업 성격이 강했다면, 바로카드 출시 이후 B2C 영역으로 확장해 자체 카드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데이터 사업 등 여러 방안을 통해 구조 전환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체카드는 늘었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은 오히려 더 좋아진 상태”라며 리스크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다만 수익 및 건전성 하방은 신용평가업계에서 감지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자체카드 및 대출자산 확대 과정에서 비용 증가로 이익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며 “기존 프로세싱 중심 사업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사업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구조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결제 프로세싱 사업 의존도가 높아 주요 거래처 변동 시 수익 기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비영업적 요인에 따른 재무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케이뱅크 리스크 해소…그러나 ‘그룹 변수’는 여전
다만 케이뱅크 상장 성공으로 최대 9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잠재 재무 부담은 해소됐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과거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과정에서 풋옵션과 동반매각청구권, 차액보전 조건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상장 지연 시 수천억원대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으며, 실제로 해당 약정에 따라 파생상품부채를 지속적으로 인식해왔다.
이는 단순 투자 성격을 넘어, 그룹 전략 차원에서 자회사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무적 부담을 감내해온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계열사 지원에서도 반복됐다. BC카드는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KT엠앤에스에 대해 수백억원 규모의 기업구매전용카드 한도를 제공하며 신용공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재고자산을 담보로 설정하는 등 이례적인 구조가 적용되면서, 시장에서는 ‘계열 지원’ 또는 ‘우회적 자금 지원’ 성격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김 사장이 모회사 KT(지분율 69.54%)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룹 전략과의 연계 가능성 역시 구조적으로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C카드는 KT그룹 내 결제·금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로, 케이뱅크 투자와 계열사 지원 사례에서 보듯 그룹 전략과 맞물린 의사결정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향후 사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도 독립적인 수익성 판단과 별개로, 그룹 차원의 전략적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계열 연계 리스크는 향후 재무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 “수익은 줄고 리스크는 커진다”…성장이 아닌 생존의 문제
결국 BC카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국면에 진입했다. BC카드의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기존 모델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사장의 과제는 단순한 외형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 수익원인 프로세싱 사업이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실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자체카드 확대 △데이터 사업 수익화 △KT 시너지 실현 등 모든 전략은 방향성 측면에서는 유효하지만, 단기간 내 성과보다 비용과 불확실성이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C카드 측은 개인카드와 카드론 등이 급격히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김영우 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전략을 설명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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