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63)]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해보니

시사위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면의 딱 하나 뿐인 편의점이다. / 청양=박우주
우리가 사는 면의 딱 하나 뿐인 편의점이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청양군은 2년 전 ‘인구 3만’이 깨진 소멸위기 지역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의 시범운영 지역으로 선정됐다. 우리도 지난달 면사무소에 가서 설명을 들은 뒤 서명을 했고, 3월에 1인당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받았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감사하게 쓰라”고 하거나 “줘도 뭐라 하고 안줘도 뭐라 한다. 배가 불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없던 추가 소득이 생겨 외식도 하고 기름 값으로도 쓰니 좋다. 그런데 마냥 그렇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하는 사업이니 효과가 있어야 하고, 또 성과가 클수록 좋지 않나.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시골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청양군 운곡면은 끝에서 끝까지 차로 약 15분 걸리는 크기다. 그런데 운곡면에서 외식을 할 수 있는 건 5곳 정도다. 슈퍼는 없고, 편의점이 딱 1개 있으며, 마트는 아주 작은 농협마트가 하나 있다. 이게 끝이다. 미용실은 물론, 정육점이나 학원, 빵집 등 도시에선 아파트 주변 상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귀농 첫해부터 내 머리는 매년 아내가 잘라주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당초 살고 있는 면에서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쓸 곳이 없다보니 5개 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늘려줬다. 그런데 그렇다고 쓸 곳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면이 그나마 쓸 곳이 있는 면이고, 다른 면들은 더 없어서다. 5개 면을 합쳐도 쓸 수 있는 곳이 10곳도 안 된다.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 중 5만원은 소규모 농협마트와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병원과 약국, 안경점, 영화관 등도 소재한 면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모든 금액을 쓸 수 있다. 다만, 우리는 병원 정도면 2년에 1번 건강검진차 갈 뿐, 다른 곳은 거의 가지 않는다. 

작은 세로 간판은 치킨집이지만 문을 닫은지 오래고, 순두부집도 주인 분의 건강문제로 장사를 하지 않는다. / 청양=박우주
작은 세로 간판은 치킨집이지만 문을 닫은지 오래고, 순두부집도 주인 분의 건강문제로 장사를 하지 않는다. / 청양=박우주

그렇다보니 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0만원은 외식 외에 딱히 쓸 곳이 없다. 다들 비슷한 상황인지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유일한 치킨집이 있는데, 거기서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어디에 쓰냐고 물어보니, 자식이 있는 경우 학원비로도 쓰고 나이가 있는 어르신은 병원에 가거나 약을 살 때 쓴다고 했다. 하지만 동네에선 딱히 쓸 곳이 없어 치킨집이 그나마 유일하게 쓸 만한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아내와 “기본소득 받는 사람들이 치킨 먹고 살만 뒤룩뒤룩 쪄서 ‘쓸 곳이 없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누기도 했다.

치킨집 말고 최근 우리가 사용한 곳은 비봉면이란 곳으로, 청양군에서도 가장 크다고 할 만한 정육식당에 다녀왔다. 한우를 파는 곳인데,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규칙 때문에 5만원만 쓸 수 있고 나머지는 보태야 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5만원에 3만원을 보태 8만원어치 외식을 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으로 한우도 먹고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같은 돈으로 장을 봤으면 일주일은 먹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까웠다. 하지만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면 말고 청양읍은 어떨까? 읍은 번화가다. 롯데리아, 파리바게트, 메가커피, 설빙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많다. 이정도만 말해도 면과 확실하게 다르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큰 슈퍼마켓도 있다. 읍에서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다양한 곳에 농어촌 기본소득을 쓸 수 있다. 

청양읍은 학원도 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제법 많은 번화가다. / 청양=박우주
청양읍은 학원도 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제법 많은 번화가다. / 청양=박우주

물론 사용 가능한 지역을 제한하는 게 기본소득 취지에 맞다. 소멸돼가는 시골에 경제적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분명하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면, 지금 면 단위 시골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이미 무너진 상권이다. 가게 주인 분들도 대부분 60대나 70대 어르신이다. 무너진 상권을 되살리는 게 이상적인 성과겠지만, 어쩌면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일 수도 있다.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로 인해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워진 가운데, 무너진 상권의 몇 안 남은 가게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게 효과적일까 의문이 든다. 

그보단 선택과 집중을 해서 청양읍 메인상권을 더 살려 새로운 사람들이 지역에 유입되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생겼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면에 새롭게 창업을 하는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다. 응원은 하지만 어려울 것 같다. 나만 해도 특기를 살려 학원을 차리거나 식당을 개업한다면 면이 아닌 읍에서 할 거다. 3만명이 안 되는 청양군 인구 중 청양읍에만 1만명이 거주 중이다. 나머지 2만명은 9개 면에 살고 있다. 면당 대략 2,000여명 수준이고, 1,500여명 수준인 면도 있다.

면 단위 시골 지역은 상권이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졌고, 회복도 쉽지 않다. 차라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면 단위 시골 지역은 상권이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졌고, 회복도 쉽지 않다. 차라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귀농으로만 인구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을 떠나되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춘 곳에 살기 원하는 이들을 유입시키는 것도 소멸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같은 청양군 내에서도 면 단위는 농사짓는 사람들을 위한 지역으로, 읍은 농부 뿐 아니라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으로 키워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시골에 살아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도시에서 배달이 당연한 일상이듯, 시골에선 무언가 사거나 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게 당연하다. 도시와 시골의 차이로, 살다보면 금방 적응돼 당연한 일이 된다. 

또, ‘면에 있는 가게나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장사에 일부 도움을 받는 건 가능하더라도, 그것에만 의존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신 군 차원에서 홍보를 도와주거나 인테리어 등을 지원해준다면 어떨까. 잘 되는 가게는 위치와 상관없이 줄을 선다. 외지인들이 찾아가고 싶을 만한 가게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준다면, 농어촌 기본소득보다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아가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처럼 정부 차원의 광역 행정통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듯, 소멸지역도 면들을 통합해 관리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 지출은 줄이고 효율은 높여 인구 유입을 위한 혜택을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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