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을 계기로 내놓은 노동정책 메시지는 선명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지만, 해법은 일방적 개혁 드라이브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와 신뢰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고용 유연성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한 방식에는 선을 긋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먼저 언급한 점에서 새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유연화’보다 ‘유연안정성’, ‘속도’보다 ‘신뢰’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 노동시장 양극화 해법… 포괄적 사회적 대화
새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1기 출범 토론회가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규정하고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를 지적하며 기존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를 둘러싼 악순환도 직접 언급했다. 정규직 고용이 경직될수록 기업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그 결과 비정규직과 하청 구조가 확대되는 현실을 먼저 짚었다. 그러면서 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을 잃는 순간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인 만큼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이게 악순환”이라며 이를 끊기 위한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법은 일방적 제도 개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고용 유연성 확대 논의 역시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해고를 ‘죽음’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 즉 충분한 안전망이 마련돼야만 유연성 논의도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노동시장 개편 논의를 열어두되 그 전제 조건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사노위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의결로 밀어붙이지 말자”, “이용당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자”고 언급하며 합의 강제보다 자발적 참여와 신뢰 형성을 강조했다. 특히 “초기에는 결과물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밝히며 단기간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대화 구조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토론 과정에서는 비정규직과 청년 노동 문제도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2%대에 머물러 있고, 노조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 대화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청년층의 장기 취업 준비와 단기 계약직 확대 등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는 노동 문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사회 이동과 기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도 토론 과정에서 노동시장 내부의 불합리한 구조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는 현실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노동일수록 더 낮은 보수를 받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또 청년들이 불합리한 구조 속 경쟁을 ‘공정’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시장 전반의 기준과 인식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날 토론회의 메시지는 노동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속도 조절’에 가까웠다. 북유럽의 사회적 대타협 사례를 언급하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힌 이 대통령은 서두르기보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를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 해법을 모색하되 그 출발점은 대결이 아닌 포괄적 사회적 대화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