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수원=박설민 기자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대외 변화 및 불안 요소들에 한국 경제가 혼란스럽다. 현재 국내 산업계 시선이 ‘삼성전자’에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기둥 중 하나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곧 국내 경제 흐름을 예측할 이정표가 되곤 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도 마찬가지다. 대외 불안정 상황과 급변하는 AI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2026년 사업 전략 점검, 주주환원 정책 등을 듣기 위해 올해도 수많은 주주들이 주총 현장을 찾았다.
◇ ‘20만전자’에 웃음꽃 핀 주주들
삼성전자는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 현장에는 삼성전자 주주들과 기관투자자, 주요 경연진들이 참석했다. 주주총회 의장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이 맡아 진행했다.
이날 주총 주요 안건으로는 △정관 일부 변경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김용관 선임 △허은녕 서울대 교수의 감사위원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등이 상정됐다. 1조3,000억원 규모 특별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상법 개정을 앞둔 정관 변경에 주주들의 관심이 쏠렸다.
봄비가 내려 어둡고 축축한 날씨와 달리 주총 현장으로 들어서는 주주들의 표정은 모처럼 밝았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 덕분으로 보였다. 주총장 입구에서 만난 한 주주는 기자에게 “작년에만 해도 주가 9만원에 물려서 앞이 캄캄했는데 지금 두 배가 넘게 주가가 뛰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총장 내부는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 한 주주는 질문 시간에 “작년 주총과 반대로 주가가 크게 올라서 너무 기쁘다”며 “주가를 끌어 올려주신 경연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작년 삼성전자에 차를 팔아 크게 투자했을 때 만해도 우울했는데 올해 들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 주총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총이 진행된 1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0만2,5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시간 5만8,000원대를 기록, 주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괄목상대’와 같은 성장이다.
전영현 의장도 “임직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당사를 믿고 기다려 주신 주주들께 감사하다”고 말하며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 상법 개정 후 첫 주총…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강화 기대
주가 상승과 함께 주총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자사주 소각’과 ‘주주환원 정책’이었다. 이와 관련한 주주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지난 10일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주 1억543만주 중 8,700만주를 상반기 소각한다. 이는 총 16조원 규모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한다. 자사주 소각은 쉽게 말해 기업이 회사가 얻은 이익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한 후 소각하는 것, 말 그대로 주식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기업가치가 동일하다면 주식 수가 들어들면 1주가 갖는 ‘주당 가치(EPS)’는 높아진다. 쉽게 말해 피자 1판을 8조각보다 6조각으로 나눌 때 한 사람 당 돌아가는 피자의 몫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주주가치 환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번 삼성전자 주총은 ‘상법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상법 개정안’이 이뤄진 후 처음 열린 정기 주총이다. 국회는 지난달 25일 본회의를 열고 해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단계적으로 추진된 상법 개정의 세번째 입법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회사의 이사회는 경영 판단 시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 주주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확대,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 내용도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 제1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건’의 제1-4호를 통해 ‘주식 소각 조문 정비’를 변경했다. 기존 제8조의3에는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의 범위 내에서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의결로 이 회사 주식을 소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변경의건에 따라 해당 내용을 정관에서 삭제했다. 쉽게 말해 자사주 소각의 제한을 풀어 더 쉽게 소각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영현 의장은 “저희 이사회와 경영진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의 지속 성장과 주주 환원의 균형을 이뤄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지난 2024년 11월 약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지난해 10월 매입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경영 실적이 좋아지게 되면 배당 또한 자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 분기 분배 배당금인 2조4,500억원에서 1조3,000억을 추가, 총합 3조7,500억원을 배당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경영진은 주주환원 정책에 있어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주주 환원 정책에 이러한 변경이 있을 경우 주주 여러분들께 즉시 공유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HBM4’로 ‘메모리 왕좌’ 탈환 목표…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강화도 자신
아울러 주총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한 구상도 주주들에게 전달됐다. 중심 주제는 단연 ‘피지컬 AI’였다. 그중에서도 AI반도체 사업 중심 제품군이라 할 수 있는 ‘HBM’의 현재 양산 능력,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 DS부문 사업을 맡고 있는 전영현 의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차세대 HBM기술력 확보를 통해 HBM4 개발 양산, 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주주 분들과 약속했다”며 “이번에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하는 등 어느 정도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영현 의장의 말처럼 삼성전자는 HBM4를 기반으로 글로벌 HBM시장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HBM4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 양산을 시작했다.
또한 1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NVIDIA)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6’ 현장에선 차세대 HBM모델 ‘HBM4E’를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어메이징 HBM4(AMAZING HBM4)”라고 친필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전영현 의장은 삼성전자가 HBM 주도권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자평했다. 실제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HBM4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4%, 삼성전자가 2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분기 기준 HBM시장 점유율 18%보단 크게 증가했으나 SK하이닉스와 여전히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영현 의장도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했지만 안정적 양산 수율 확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임직원 모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HBM뿐만 아니라 수익석 극대화를 위해선 전 제품 품질 우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고객을 최우선을 두고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이 반도체에만 집중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한 주주는 “메모리 반도체와 HBM4 신모델 출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늘 슈퍼사이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확보도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은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 S26시리즈는 수많은 소비자와 전문가로부터 당사 AI리더십 확고히 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 최초로 탑재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실생활 활용 가치에 대해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갤럭시 S26 시리즈는 사전 판매량이 135만대로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많다”며 “현재 구체적인 판매 예상치나 목표량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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