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메소드연기’는 배우 이동휘가 ‘이동휘’를 연기하는 설정을 통해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웃기는 배우로 소비되던 인물이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고자 하는 과정은 배우 개인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단편에서 출발해 장편으로 확장된 이 작품은 연기의 방식을 넘어, 각자의 역할을 맡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까지 비춘다.
‘메소드연기’는 코미디로 주목받아 온 배우 이동휘가 더 이상 웃음을 선택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해 역할에 몰입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출신 이기혁 감독의 동명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로, 현실과 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메타적 설정이 특징이다. 익숙한 코미디의 결을 걷어내고 감정의 밀도를 끌어올리며, ‘웃기는 배우’로 소비되던 인물이 스스로의 진심에 다가가려는 과정을 그린다.
이동휘는 극 중 ‘배우 이동휘’ 역을 맡아 자신을 연기하는 이중적 구조를 소화한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코미디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의 고민을 현실과 맞닿은 감정으로 풀어내며, 웃음 대신 균열과 흔들림을 드러내는 연기로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인물이 끝내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현실과 연기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정서를 응축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동휘는 작품을 통해 마주한 고민과 변화의 과정을 전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아무래도 한 파트만 맡아서 작품을 할 때와는 다르게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고 있다. 제작 파트다 보니까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다. 조금이라도 도전해서 다른 모습이 보인다는 반응을 보면서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물론 그게 전부인 작품은 아니지만, 그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단편 같은 경우는 촬영 현장, 딱 정해져 있는 공간에서만 찍은 작품이라 그것이야말로 어떤 특정 직업의 이야기로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만약 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확장하게 되면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이야기가 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형제가 있는 집안의 이야기를 가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외동아들이지만 감독님도 형제가 있고, 윤경호 선배도 형제가 있고, 금순 선배도 두 아들을 키우며 살고 계신 상황이어서 그런 분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많이 종합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해 보자고 했다.”
-실제 경험과 이름을 반영한 캐릭터였다.
“지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동안은 내가 모르는 사람의 직업을 공부하면서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확장하면서 가장 잘 아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내 이름을 사용하는 것, 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사랑해 주셨던 작품들을 일부 활용하는 것이 관객들과 더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예 모르는 가공의 인물과 작품을 설정하는 것보다 거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서 회의를 거쳐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려 보자는 결론을 냈다.”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실제 배우의 고민이 반영된 지점인가.
“코미디라는 영역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40대가 넘어가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래 배우들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주어진다는 것이 어렸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코미디 역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 안에서 내가 쓸모와 효용가치를 가진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해 재미있는 모습으로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물론 한 가지 모습으로 사랑을 받는 것, 혹은 여기서 안주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있었다. 그것은 배우 이동휘가 아닌 인간 이동휘로서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한 곳에 고여있거나 새로운 것을 탐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대의 마음이 큰 사람이다. 이 직업을 가지면서 사랑을 받게 되면 여기에서 머물러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대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무대에 올라 매일 같은 대본을 암기하고 연습하면서도 다른 관객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나태함이나 느슨함과 멀어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부분이다.”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데 차이점도 있었나.
“처음 출발할 때는 ‘내가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생각보다 어려운 지점이구나 싶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그리고 그 경계를 어디까지 관객과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어느 지점이 적절한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 더 겸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이름과 얼굴을 가지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연기의 겹을 더 쌓아야 하는 순간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비로소 메소드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고민을 했나.
“그 역할에 정말 몰입하게 된 인물의 도달점을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극 중에서도 제약과 우려의 시선, 선입견들로 인해 계속 무너지고 무너지는 과정을 겪는다. 개인적인 가족 문제와 건강 이슈까지 겹치면서 정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오전에 안 좋은 소식을 듣고도 저녁 행사장에서는 그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계속 미소를 띤 채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이 있다. 이후 장례식장에 가게 됐는데, 그런 경험을 통해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상황 역시 갑작스럽다기보다 충분히 우리의 삶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런 복잡한 감정을 안은 채, 카메라가 꺼진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순간에 혼자만의 외침을 드러내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결국 그 인물이 되어 쌓아온 감정을 터뜨리는 모습이지만, 그것이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씁쓸하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고, 그 장면을 관객과의 비밀처럼 남기고 싶었다. 만약 영화적 판타지처럼 그 장면이 기록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강한 외침이지만 빗나간 장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제작에 도전한 계기도 궁금한데.
“첫 번째로는 마동석 선배님을 오래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큰 영감을 받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힘들게 생활하면서 배우 활동을 이어가는 동료들이 많다. 40대 이전에는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주변 동료들과 가족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혼자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삶보다는, 지금이라도 더 도전해서 일터를 만들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그런 역량을 갖추고 계속 도전하려는 마음이다.”
-연기뿐 아니라 기획, 제작 참여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거나 새롭게 생각하게 된 지점이 있다면.
“지금도 계속 느끼고 있다. 특히 홍보와 관련해서는 이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알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당시에는 전담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홍보하는 것이 좋을지 기획 단계부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회의 끝에 유병재 생일파티에 가는 것에서부터 홍보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홍보는 역시 전담하는 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어떻게든 계기를 만들어 활용해 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제작 과정 전반에서 비용을 집행하는 일까지 함께 고민하다 보니, 배우로서 캐릭터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돈, 여러 여건을 동시에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다음에는 무엇을 하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이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지금까지 오는 모든 과정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단편 ‘메소드연기’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소개됐고, 이기혁 감독님과 의기투합해 만든 장편으로 배우로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막연하게 ‘나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배우로서 초대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꿈꿨던 시기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 마음이 멀어졌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설레며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 당시에는 개봉 시기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얼마나 감사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 과정을 지나 실제로 개봉하는 순간까지 오게 된 지금, 모든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정말 큰 의미가 있고,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기혁 감독은 어떤 연출자인가.
“가장 큰 장점은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호흡을 기다릴 줄 알고,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출 전공 출신 감독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직접 배우로서 연기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물의 입장과 시선에서 감정이 차오르고 발현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업을 하면서 그런 부분이 굉장히 감사하게 느껴졌고, 나를 그렇게 담아줄 수 있는 감독은 유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감독님의 마음속에는 따로 염두에 둔 톱스타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윤경호, 강찬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윤경호 선배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 ‘유림핑’으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으며 영화에도 큰 힘이 돼줬고 작품 안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셨다. 형제가 없는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경호 형이 친형처럼 느껴졌고, 현장에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해 내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홍보 과정에서도 바쁜 와중에 ‘메소드연기’에 대한 애착이 커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고, 에피소드도 많이 풀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나 캐릭터를 연구하는 모습 등 어느 하나 존경하지 않을 부분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강찬희야말로 메소드연기를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실제로 선하고 순하며 착하고 맑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다. 그런 친구가 정태민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그런 감정을 표현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어려워하는 모습도 있었고, 감독님과 함께 ‘괜찮다, 더 해봐도 좋다’며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그 역할을 표현해 줘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더 잘 어울리는 역할을 제안해야 했던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 영화만의 강점을 꼽자면.
“이동휘 개인의 고민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느껴졌으면 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주변에서 ‘그게 되겠어?’ ‘위험하지 않을까?’ ‘그냥 하던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처음부터 어떻게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경험이 저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꿈을 간직하고 살아갈 때 전적인 지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마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느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고, 그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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