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16년 ③-인터뷰] "부작용 누적, 집중해서 봐야"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1편에서 소비자 체감, 2편에선 전문가들 의견을 살펴본 가운데 3편에서는 주유소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들어본다.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주유소협회는 1만440여개의 주유소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주유소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설립된 곳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도입된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그동안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 확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책 인센티브가 알뜰주유소에 집중되는 탓에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들 사이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엔 일부 알뜰주유소가 경유 가격을 하루 만에 606원 인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모범을 보여야 할 알뜰주유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당한 가격 인상과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예외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를 비롯해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자 알뜰주유소 정책 전면 재검토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태다.

안 회장은 프라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은 시장을 살리는 방향이어야지, 한쪽을 유리하게 만들어 다른 쪽을 구조적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먼저 알뜰주유소 정책 16년을 평가한다면.

"알뜰주유소의 도입 취지는 국민 부담을 낮추자는 것이었고, 그 방향성은 이해한다. 다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정유사 간 경쟁 촉진'이라는 본래 목적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지역 시장의 공정경쟁이 훼손되고 있지 않을지를 냉정하게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 알뜰주유소 가격 이점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선 리터당 몇십원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에 알뜰주유소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알뜰주유소가 분명 싸다고 하는데, 몇십원 차이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격은 국제유가·환율·세금·정유사 공급가 등 여러 변수로 움직인다. 이런 구조에서 정책 효과가 '특정 주유소에만 가격 우위를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체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주변 주유소는 가격을 따라 내리다가 수익성이 먼저 훼손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소비자 기대와 현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면 '정책이 시장 전체의 효율을 높였는가'보다, 어떤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는가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몇십원 차이로 상권이 갈리고, 결국은 주변 주유소가 따라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 일반주유소 입장에선 그 몇십원 차이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관리비를 줄이고, 설비 투자도 미루게 된다. 이는 국민 체감은 제한적인데, 현장의 경영 체력만 계속 소진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 알뜰주유소 정책이 일반주유소 휴·폐업 가속화를 초래한다는 견해도 있다.

"휴·폐업이 늘어나는 원인을 알뜰주유소 정책 하나로만 설명할 순 없다. △전기차·수소차 등 에너지 전환 △인건비·금융비용 상승 △안전·환경 비용 부담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 알뜰주유소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주변 일반주유소는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폐업은 사업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위험물 시설 철거·토양정화 비용 부담에 방치로 이어지면 지역사회가 환경·안전 문제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정책은 반드시 시장 안정과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알뜰주유소가 반경 2㎞ 내 존재하면 일반주유소 퇴출 위험이 약 2.5배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현장에선 피부로 느껴진다고 하는가.

"현장에서는 그런 분석이 '통계'가 아니라 '체감'으로 다가온다. 특정 지역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오면 곧바로 주변이 가격을 따라 내리고 매출은 줄며 결국 생존 경쟁만 격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활권 중심의 주유 시장은 이동 범위가 넓지 않기에 특정 지점의 가격이 정책 인센티브로 낮게 형성되면 주변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일반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낮은 상태로 고착화되고, 저수익·과당 경쟁 구조가 상시화될 수 있다. 이는 시장 효율이 아니라 시장 소모에 가깝다.

정책 재원이 투입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형평성과 설계의 정합성이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같은 규제를 지키는 주유소가 있는데, 지원이 한쪽으로만 기울면 시장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정책이 만든 '승자·패자 구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혈세로 한쪽은 밀어주고, 한쪽은 버티게 만든다'는 박탈감이 누적돼 왔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특정 형태에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효율과 경쟁을 살리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 전체적 문제점과 현실적 대안 등 협회의 입장을 정리한다면.

"협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금 방식 그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지냐 폐지냐' 이분법을 넘어서, 최소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우선 비차별 원칙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동일 제품 공급 구조에서 특정 형태의 주유소만 가격 우위를 갖도록 만드는 것은 공정경쟁 취지에 어긋난다.

또 인센티브를 특정 주유소에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재원을 △휴·폐업 정비 △환경복구 △안전관리 같은 공익 분야로 전환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싼 주유소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유통 질서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도 정책 시행 기간이 길어진 만큼, 성과와 부작용을 함께 보려고 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그 논의가 제도 개선으로 충분히 연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협회는 현장 피해와 지역 시장 왜곡이 더 이상 누적되지 않도록, 정책 재설계의 시간표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말로만 점검'이 아니라, 제도에 반영되는 결론이다."

- 마지막으로 운전자(소비자)를 포함한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운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오늘의 가격'일 것이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가격만으로 시장이 흔들려 주유소가 급격히 줄어들면, 지역의 접근성·안전관리·서비스 품질이 약해지고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협회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목표와 공정경쟁을 지키는 원칙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지금의 왜곡된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 '몇원 더 싸게'만 남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에게도, 업계에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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