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오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의안 분석 보고서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동일한 보고서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부분을 강조하며 각자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발표한 ‘의결권 분석 및 벤치마크 정책상 의결권 권고(ISS Proxy Analysis & Benchmark Policy Voting Recommendations)’ 보고서를 통해 이번 주주총회의 핵심 안건인 이사 선임 구조와 주요 정관 변경 안건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먼저 이사 선임과 관련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집중투표제에 의한 이사 5인 선임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안’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았다. ISS는 이사 5인 선임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가 이사회 독립성과 균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익준비금 9176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 전자 주주총회 도입,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이사 충실의무 명문화 등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제안한 주요 안건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ISS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안의 핵심은 경영 성과보다 지배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사주 매입 이후 유상증자 추진 논란과 상호주 구조를 활용한 의결권 제한 논쟁, 대규모 전략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의사결정 절차 등을 거론하며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ISS는 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비등기 명예회장에게 대표이사와 동일한 수준의 퇴직금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규정 개정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처럼 ISS가 일부 안건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 입장에 힘을 실으면서도, 최 회장 재선임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양측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 측은 ISS가 최 회장 재선임에 반대하며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현 경영 체제에 대한 국제 투자사회의 우려가 반영된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ISS가 이사 5인 선임안과 감사위원 확대 등 현 이사회가 지지하는 핵심 안건들에 찬성을 권고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정책 등 현 경영진의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입장이다.
ISS는 이사 후보 추천에서도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힘을 싣기보다는 균형을 고려한 권고를 내놨다. ISS는 황덕남 사외이사와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와 함께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병욱·최병일·이선숙 후보 등 총 5명의 후보 선임을 지지했다. 다만 이는 다른 후보들이 부적절하다는 의미라기보다 전체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이사회 구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ISS 권고가 한쪽의 완전한 승리라기보다는 이사회 구조 개편과 경영진 견제를 동시에 주문한 절충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SS 보고서는 이사회 구조 측면에서는 고려아연 안을 지지하면서도 최윤범 회장 재선임에는 제동을 건 형태”라며 “주총 결과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측의 여론전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확대, 지배구조 개편 등을 둘러싼 핵심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현 경영 체제의 유지 여부와 이사회 권력 구조가 결정될 전망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