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빵 현장 '허리 산재' 중량물 운반 일상이라면 업무 관련성 인정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작업 환경과 고소한 빵 냄새가 먼저 떠오르지만, 대형 제빵 제조 현장의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원재료 계량부터 반죽, 성형, 굽기, 출하 준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공정에는 사람의 손이 개입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다루게 된다. 특히 일부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의 생산 공장이나 물류 지원 공정에서는 20kg 안팎의 밀가루 포대, 반죽이 가득 담긴 통, 여러 장의 철판이 꽂힌 오븐용 랙을 수시로 들어 올리고 밀고 당기는 작업이 일상처럼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년간 반복된다는 데 있다.

노무사로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특별히 다친 적은 없는데 허리가 점점 망가졌다"는 호소를 자주 접한다. 몇 해 전 상담했던 한 근로자도 그랬다. 이 근로자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한 제빵 프랜차이즈의 생산 자회사 공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해 왔다. 

주 업무는 원재료 운반과 반죽 공정 보조, 그리고 오븐 투입 전 철판 정리였다. 밀가루 포대를 작업대 근처로 옮기고, 숙성된 반죽통의 위치를 바꾸며, 굽기 직전 제품이 놓인 철판 랙의 방향을 틀어 오븐 앞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자동화 설비가 일부 있었지만, 세부 위치 조정과 마무리 작업은 결국 사람 몫이었고, 허리를 숙이거나 비트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겼다. 동료들 역시 "다들 허리 아프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위기였다. 통증은 점점 잦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까지 저리고 당기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요추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허리디스크였다. 그러나 사업장 반응은 차가웠다. 
넘어지거나 무거운 물건에 깔리는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 질환 아니냐”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하지만 산재 보상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띄는 단발성 사고의 존재가 아니라 업무가 신체에 어떤 부담을 얼마나 오랫동안 주었는지다. 

해당 근로자의 경우 장기간 근무 이력,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 허리를 굽힌 채 비트는 작업 자세, 생산 물량이 많은 시기의 작업 강도 증가 등이 모두 확인됐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뤄진 들기·밀기 작업이 수년간 누적되면서 허리 구조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졌던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심사 과정에서는 "언제 다쳤는가"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는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취급 물품의 대략적인 무게, 반복 횟수, 작업 자세, 인력 부족 시 단독으로 처리해야 했던 공정, 충분한 휴식이나 보조 장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다. 그 결과, 기존에 경미한 퇴행성 변화가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업무 부담이 디스크 증상을 유발·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인정돼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됐다.

이 사례는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제빵 제조 현장은 '서비스업' 이미지와 달리, 상당한 육체 노동이 전제되는 공간이다. 특히 중량물 취급과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반복되는 공정에서는 허리 질환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그럼에도 많은 근로자들이 이를 나이 탓, 체력 탓으로 돌리며 치료 시기를 놓치고, 사업장 역시 뚜렷한 사고가 없다는 이유로 업무 관련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재 제도는 큰 사고를 당한 근로자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신체 손상 역시 보호의 대상이다. 특히 제빵 제조업처럼 중량물 취급이 일상화된 업종에서는 허리 통증을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작업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일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빵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그 노동의 무게가 누군가의 허리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업무의 결과일 수 있다. 현장의 통증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시각에서 벗어나, 반복 작업이 남기는 신체 부담을 직업병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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