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타그램] ‘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의 권력, 이준혁의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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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왼쪽)와 이준혁. / 쇼박스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왼쪽)와 이준혁.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와 이준혁의 금성대군이 상반된 선택의 방향으로 서사에 긴장감을 더하며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등장하는 순간마다 스크린 속 공기를 바꾸며 시선을 붙잡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4일 개봉해 25일까지 누적 관객 수 652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사 속 익숙한 단종의 비극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영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해진과 박지훈이 서사의 중심을 잡고, 각자의 색으로 힘을 보탠 조연진의 활약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유지태와 이준혁은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장면의 밀도를 끌어올리며 극의 결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먼저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는 조선 최고의 권력을 쥔 인물이다.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린 일등 공신이자, 유배된 이홍위를 끝까지 경계하는 냉정한 정치가다. 영화에서 한명회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장면의 주도권을 쥔다. 짧은 시선과 절제된 움직임만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다운 태도로 극의 흐름을 좌우한다.

유지태는 걸음걸이와 시선,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통제하며 인물의 권력을 구현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홍위를 압박하는 장면에서는 계산된 침묵과 외형적 카리스마가 맞물리며 인물의 위세를 극대화한다. 기존 작품에서 소비되던 한명회와는 다른 결로, 계산과 냉기를 전면에 내세운 권력자의 얼굴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유해진은 유지태를 두고 “호랑이 같은 느낌으로 묵직한 연기를 했다”고 표현했다. 

한명회가 권력의 얼굴이라면, 금성대군은 신념의 자리에 선 인물이다. 이준혁이 연기한 금성대군은 조카 이홍위의 복위를 도모하며 권력의 흐름에 맞서는 선택을 한다. 계산보다 명분을 앞세우는 태도가 인물의 결을 분명히 한다. 승산을 따지기보다 옳다고 믿는 방향에 서는 선택이 서사의 또 다른 갈등 축을 형성한다.

이준혁은 강직함과 절제를 앞세워 금성대군을 그려낸다. 과장된 감정보다 단단한 시선과 낮은 톤으로 인물의 기품을 드러낸다. 격정적인 표현 대신 침묵과 호흡으로 감정을 쌓아 올리며 인물의 중심을 단단히 세운다. 특별 출연이라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대비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며 권력의 논리에 균열을 내는 또 하나의 축으로 기능한다. 

권력을 빼앗은 자와 맞서는 자. 유지태와 이준혁은 각자의 방식으로 장면을 장악하며 상반된 결을 완성했다. 유지태가 외형적 위압과 계산된 침묵으로 권력자의 무게를 세웠다면, 이준혁은 흔들림 없는 시선과 절제된 감정으로 신념의 자리를 지켜냈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대비는 ‘왕과 사는 남자’를 기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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