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사상 초유의 ‘1조 원대 과징금’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KB금융지주가 리더십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의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하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보수 체계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 CEO 성과 평가 항목에 ‘금융소비자 보호’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금융사 CEO들이 고객의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역대 최대 실적’을 명분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챙겨온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인해 KB국민은행에 약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이 사전 통보되면서 비판의 화살은 양종희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 당국은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금융지주·은행 CEO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 CEO 성과급을 삭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상여금 2억원을 포함해 총 6억 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8조원이 넘는 ELS 판매를 주도했던 조직의 수장으로서,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에 따른 경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은 회장 몫, 사고는 주주·고객 몫?”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지배구조의 실패’로 규정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CEO가 고액의 성과급을 받는 것은 국민 정서뿐 아니라 책임 경영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징금 1조원이 확정될 경우,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약 54b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곧 주주환원 재원의 축소와 기업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진다. 경영진의 판단 착오와 내부통제 부실로 생긴 비용을 주주와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보수위원회를 통해 양 회장의 성과급을 선제적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무늬만 책임경영’ 넘어서는 근본 대책 필요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금융사들은 내부 규정으로 성과급 환수(클로백) 제도를 도입했으나, 실제 집행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삭감이 단순히 ‘벌주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단기 이익에 매몰된 KPI(핵심성과지표) 체계가 홍콩 ELS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CEO의 보수를 고객 수익률 및 보호 지표와 직결시켜야 ‘약탈적 영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리딩금융’을 이끄는 양종희 회장이 스스로 성과급을 내려놓으며 책임 경영의 신호탄을 쏠지, 아니면 ‘법적 근거’를 따지며 버티기에 나설지 시장과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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