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공직사회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보고 과정에서는 숨기지 않는 ‘솔직함’을 요구했고, 제대로 된 업무 파악을 통해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은 공직자들을 향한 맹렬한 ‘질타’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다만 그 수위가 적절했는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 취지와는 무관하게 자칫 정치적 공방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정말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 영역에서는 허위 보고 절대 하면 안된다”며 “수없이 강조해도 가끔 정치에 물이 너무 많이 들었는지 그런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외화 밀반출’, ‘해외 공항 사업 진척도’ 관련 이 대통령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질타를 받았다. 이후 이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외화 밀반출의 경우 ‘세관 업무’라는 점을, 해외 공항 사업의 경우 아직 입찰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다.
당장 야권에선 이를 전 정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면박 주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제가 정치적 색을 갖고 누구를 비난하거나 누구를 불이익을 줬나”라며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지 않나”라고 했다. 이 문제를 정치적 의도로 바라볼 것이 아닌 행정의 영역에서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강조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 업무보고 생중계에 ‘잇따른 논란’도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번 업무보고 과정에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누차 강조하고 있고, 허위·왜곡 보고에 대해선 “공무원 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잘못된 보고가 궁극적으론 상급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다. 공직자들의 책임감을 강조해 국정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중이 강한 것이다.
공직자의 ‘책임감’이 궁극적으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산하기관들을 향해 “1년 후 검토할 때는 ‘우리가 뭘 열심히 잘해서 성과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하다’를 증명하도록 하시라”고 했다. 현재 성과를 낸 부분은 적극 격려했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별도의 민원 처리 시스템을 만든 식약처 정보화담당관에게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하셨다”고 칭찬한 것이 일례다.
역대 정부 첫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측면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 역시 그대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주류 학계에서 위서로 규정한 ‘환단고기 언급으로 촉발된 ‘역사 논쟁’과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당장 야권에게 공세의 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이번 업무보고에 대해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 자리를 국정의 장이 아니라 일종의 예능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정 업무에서 국민을 대신해 지적하고 바른 방향을 잡고 더 나아가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즉흥적인 말이 많아지면서 실수를 하고 더 나아가 야당에 공세의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말을 하고 엄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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