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장충 이보미 기자] “감독님도 보내고 싶지 않을 걸요?”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과 세터 하승우가 웃는다.
한국전력은 14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 원정 경기에서 3-0(25-20, 25-19, 25-15) 완승을 거뒀다.
이날 베논은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공격 3개 이상인 12개를 성공시키며 개인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32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정호도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점을 기록했다.
하승우의 활약도 빛났다. 팀 공격 성공률은 58.33%, 공격 효율은 51.39%로 높았다.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승우는 올해 10월 22일 군 전역과 동시에 선수 등록까지 마쳤고, 바로 다음 날인 10월 23일 대한항공전부터 선발로 출격했다. 6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고 있다.
우리카드전을 3-0으로 마친 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나도 세터 출신이지만 1년이 넘는 공백 이후 다시 주전 세터로 뛰고 있다. 그만큼 나 역시 믿고 쓰는 거다.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적응해나갈 것 같다. 다만 트랜지션 상황에서 좀 더 플레이를 잘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오늘 서브와 블로킹, 공격, 세터 토스와 분배 모두 만족한다. 앞으로도 이런 경기력이 나왔으면 한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하승우는 “볼 감각은 많이 올라오고 있다. 다만 체력이 떨어진다. 경기를 할 때 힘들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 뒤 “팀에 복귀하기 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 등을 했다. 나름 운동한다고 했는데 체력은 안 올라오는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하승우와 베논이 호흡을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1라운드를 거치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하승우는 “호흡 걱정은 안 된다. 처음에 오자마자 쇼(베논)가 어디에 올리든 다 때려주겠다고 하더라. 거기서부터 걱정이 없었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또 나처럼 빠른 플레이를 좋아한다.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논 역시 유쾌했다. 그는 “첫 경기에 비하면 훨씬 잘 맞는 느낌이다. 승우도 나를 알고, 나도 승우를 안다. 신뢰가 쌓인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세터 출신의 사령탑이 하승우에게 강조하는 말은 무엇일까. 하승우는 “경기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집중하라고, 정신차리라고 하신다. 가끔 ‘너가 문제다’라고도 하시는데 맞는 말이라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권영민 감독은 지난 6일 OK저축은행을 3-2로 꺾은 뒤 하승우 얘기에 “군대로 다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꺼낸 뒤 “공백기를 무시할 수 없다. 체력적으로도 점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도 코트에서 버텨줘서 우리에겐 도움이 됐다”며 두터운 신뢰감을 보였다. 사령탑의 농담에 하승우는 “감독님도 보내고 싶지 않을 거다”고 받아쳤다.
경기력이 살아난 동시에 팀 분위기까지 좋아졌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점 3을 챙기면서 3승4패(승점 8) 기록, 삼성화재를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4위 OK저축은행(3승4패, 승점 9)을 맹추격 중이다. ‘다크호스’ 한국전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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