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조예원 인턴 기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이효리과 유재석은 '핑계고'에서 달라진 방송 환경을 이야기하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했다.
유재석 "세상이 십몇 년 사이에 정말 많이 달라졌고..."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나는 달라진 사이에 방송을 쉬었잖아요. 그래서 방송하는 게 너무 긴장돼요"라며 웃어 보였다. 과거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장면들조차 지금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
이효리는 "그땐 여자 가슴이 작은 걸로도 놀리는 시절이었어요. 내가 혹시 어디 가서 옛날 예능식 농담을 할까 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양세찬도 "맞아, 코미디에서도 그런 드립이 많았어"라며 공감했다.
그 시절엔 커플 매칭 예능같이 남녀관계로 웃음을 만드는 포맷이 흔했다. 이효리는 "<천생연분>같은 프로그램도 많았잖아요. 여자가 내 옆에 앉으려고 하면 '아이, 누구 앉혀 주세요' 이런 걸 자연스럽게 했단 말이야. 이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패밀리가 떴다>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패떴 때는 남녀 혼숙을 했어요. 한 방에서 다 같이 잤단 말이야. 심지어 여자 옆에 잘 사람을 투표로 뽑았어. 왜 그걸 뽑았는지 웃기도 이상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재석은 "와... 이렇게 세세하게 따지니까 닭살이 돋네"라고 말했고 양세찬은 "지금은 회의 안건으로로 못 올라갈 아이템이죠"라고 단언했다.

그땐 가능했던 장면들이 왜 지금은 상상조차 어렵게 됐을까? 그 이유는 그런 장면들이 문제없이 방송될 수 있던 시대 분위기에 있다. 당시엔 출연자의 인권이나, 젠더 감수성, 사적 경계를 세심하게 고려하는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 남녀 간의 거리 좁히기나 과한 미션도 "예능이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웃음으로 소비되던 시대였다.
반면 지금은 다르다.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고, 동의·존중·관계의 경계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졌다. 남녀 관계 코드는 민감한 이슈가 됐고, 사소한 장면 하나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같은 연출이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2000년대 초·중반 예능의 레전드 장면들로 남아 있는 장면들을 보면 변화가 더 뚜렷하다. '종이 조각을 입으로 옮기기', '풍선 터뜨리기', '백허그 미션' 같은 스킨십 유도 게임은 설렘과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주요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 보면 놀랄만한 장면이다.
예능을 둘러싼 기준이 달라진 건 사회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프라이버시, 동의, 젠더 감수성, 출연자의 안전 등 시청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넓어졌고, 방송 역시 그 흐름을 따라 변해왔다. 예능의 웃음이 '세게 밀어붙이는 미션'에서 '관찰·대화 중심의 공감'으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프로그램을 지금 기준으로 단죄할 필요는 없다. 그 시절엔 그 시절의 감수성이 있었다. 다만 수년이 흐른 뒤 다시 보면서 "왜 저랬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지점들은 우리가 예능을 소비하는 방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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