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이 차를 ‘왜 살까’라는 물음표는 항상 따라다닌다. 누군가 랭글러를 산다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 탈 곳이나 있느냐”, “그 돈이면 더 편한 차도 많은데 왜”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프 랭글러를 타고 산으로, 계곡으로 떠나 비포장 도로(오프로드)를 주행해본다면 본연의 매력에 빠져 구매 욕구가 솟구친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1,000만원에 달하는 연말 파격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6,200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어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지난 6일 스텔란티스코리아는 강원도 정선 병방산 국립공원과 기우산 일대를 주행하는 ‘지프 어드벤처 데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시승 차량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파워탑 모델을 배정받았다.
이번 시승은 서울 역삼역 인근 스텔란티스코리아 본사에서 강원도 정선군까지 주행을 한 후 오프로드 시승까지 이어졌다. 도심 주행부터, 고속도로 주행과 비포장 산길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랭글러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
먼저 랭글러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시승코스는 병방산과 기우산 오프로드 주행이었다.
병방산과 기우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일반적인 산길과는 결이 달랐다.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좁은 산길, 옆으로는 급경사의 낭떠러지, 좁은 길 좌우로는 산에서 흘러 내려온 낙석과 바닥에 박힌 바위, 움푹 꺼진 부분도 적지 않아 ‘도심형 SUV’로 불리는 차량들은 주행이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날 시승한 모델은 지프 랭글러, 그 중에서도 오프로드에 특화된 루비콘 트림으로 태생이 ‘미국 육군의 다목적 전술용 차량’의 민수용 버전인 만큼 험로를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특히 네 바퀴를 전부 구동하도록 선택하는 4륜 트랜스퍼케이스 기어와 ‘전자식 스웨이 바 디스커넥트’ 기능이 탑재돼 오프로드 주행 시 더욱 안정감이 뛰어났다.
4륜 트랜스퍼케이스 기어는 2H·4H 오토·4H 파트타임·4L를 선택할 수 있는데, 산길 주행에서는 4H 또는 4L 기어를 권장한다. 2H는 100% 뒷바퀴만 구동하며, 4H는 빗길이나 눈길에서 앞바퀴가 헛도는 슬립현상이 발생할 때 전자식으로 구동력 배분을 50대 50으로 조절해 안정감을 높인다. 4H 파트타임은 주행 간 구동력을 전륜·후륜에 각각 50대 50으로 배분해 안정감 있는 오프로드 주행을 돕고, 4L은 저속주행 시 토크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전후좌우 바퀴에 각각 25%씩 구동력을 배분해 험로 주행에 특화된 기어다.
병방산과 기우산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4H 오토만으로도 충분히 주행이 가능했지만, 4H 파트타임이나 4L 기어를 작동했을 때는 보다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또한 전자식 스웨이 바 디스커넥트 기능은 랭글러 루비콘 모델에만 탑재된다. 이 기능을 작동하면 좌우 바퀴의 서스펜션 움직임을 전자식으로 조절해 양쪽 바퀴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덕분에 고르지 않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주행을 하고 있음에도 스웨이 바 기능 작동 전에 비해 좌우 롤링이 줄어들어 안정감이 느껴졌고, 덕분에 승차감이 한층 매끄러워졌다.
랭글러 루비콘과 함께라면 가지 못하는 길이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루프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는 점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모델만의 매력이다. 파워탑 모델은 루프(천장)이 단단한 철제가 아닌 두꺼운 천막으로 돼 있고, 버튼 하나로 루프를 뒤쪽으로 완전히 접어 개방할 수 있다. 현재 SUV 모델들 중 루프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는 모델은 지프 랭글러 파워탑 모델이 유일하다. 산길을 주행할 때 루프를 개방하고 달리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쾌하다.
물론 루프가 두꺼운 천막으로 돼 있는 만큼 고속도로나 터널 주행 시 외부 소음의 실내 유입은 크다. 다만 도심에서도 루프를 열고 주행하면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오픈에어링을 지원하는 SUV는 랭글러 외에 대체가 불가하다.
또한 지난해 초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랭글러에는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고, 무선 스마트폰 연결로 미러링 기능까지 지원해 내비게이션 앱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전 유커넥트 시스템을 사용할 때보다 조작 반응 속도도 빨라져 편리하다.
앞좌석과 스티어링 휠의 열선 기능도 기본으로 탑재됐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 시트도 역대 랭글러 모델 중 처음으로 탑재됐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도심 주행에서도 약간의 불편함만 감내한다면 매력적인 모델이다.
산이나 계곡 같은 오프로드 주행이 많지 않다면 랭글러 사하라 트림을 선택하는 게 더 좋게 느껴지긴 했다. 랭글러 사하라 트림도 주말 기간 시승을 이어서 진행했다.
랭글러 사하라와 랭글러 루비콘의 큰 차이점은 ‘스웨이 바 디스커넥트’ 기능 지원 여부, 그리고 타이어 차이다. 랭글러 사하라에는 스웨이 바 디스커넥트 기능이 탑재되지 않고, 오프로드 특화 타이어인 AT(올 터레인) 제품이 아닌 승차감이 조금은 더 부드럽고 조용한 HT 타이어가 장착됐다.
HT 타이어를 탑재한 랭글러 사하라는 고속 주행 시 AT 타이어를 탑재한 랭글러 루비콘에 비해 노면 소음이 적고 떨림도 확연히 적게 느껴졌다.
험로를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고 도심 위주의 주행을 하는 소비자라면 랭글러 사하라 트림이 조금은 더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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