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공개된 자동차 관세 조정안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Section 232) 관세율을 일괄 15%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향후 한국 완성차업계의 대미 수출 구조와 가격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2025년 4월2일자로 개정한 행정명령 14257호(Executive Order 14257)를 근거로 하며,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 2기 통상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목재·가공품 등에 부과되는 기존 섹션 232 관세를 일괄 15%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또는 미국의 최혜국대우(MFN) 세율이 15% 이상인 품목에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FTA나 MFN 세율이 15% 미만인 품목의 경우 기존 세율에 232조 관세를 합산해 총 15%가 되도록 조정된다.
즉, 미국은 한미 FTA가 보장한 2.5~5% 수준의 기존 관세를 사실상 폐기하고 15% 단일 관세 체제를 신설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FTA의 부분적 무력화로 해석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불가피하게 상호주의(Reciprocal Tariff) 조항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보복이 아닌 상호주의에 따른 조정으로 규정했다.

공동성명은 "대한민국산 원산지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명시하며, 한국 정부 역시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이는 기존 한미 FTA가 규정한 양국 간 무관세 또는 저율관세 구조를 뒤흔드는 조항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단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주요 브랜드의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 앨라배마,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의 현지 생산 비중 확대가 단기 대응책으로 거론되지만, 한국 내 생산 차량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15% 관세는 사실상 가격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며 "한미 FTA 체제 하에서 유지되던 비용 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자동차 관세 조정이 아니라 리쇼어링(Reshoring) 기반 산업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부터 미국 내 자동차산업과 조선·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부활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상호주의 무역체제"를 강조해왔다. 이번 15% 관세는 중국 견제용이 아닌, 한·일 등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이번 관세 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복합적인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주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조기 가동과 제네시스 브랜드의 현지 조립 비중 확대를 통해 미국 내 생산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런 현지화 전략은 관세 부담을 완화하고 IRA 보조금 수혜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완성차업계 전반에서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출 구조 개편이 요구된다. 럭셔리 세그먼트, 전동화 모델, 친환경차 등 프리미엄 라인업 중심으로 시장 포지셔닝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체계가 한미 FTA의 근본 취지와 상충된다는 지적과 함께 상호주의 조항을 둘러싼 부분적 재협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관세 타결과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투자펀드 MOU 체결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명목상 상호조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내수 중심 리쇼어링 정책 강화 신호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한국 생산→수출' 중심에서 '현지 생산→글로벌 공급망'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한 셈이다.
이번 15% 관세 조정은 단순한 세율 변경이 아닌 한미 FTA 체제의 구조적 수정이자 한국 완성차 수출 전략의 대전환, 나아가 트럼프 2기형 보호무역의 본격화를 상징한다. 이제 한미 관계는 '통상 동맹'이 아니라 '산업 경쟁 체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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