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차이가 가른 승부, 상대를 파악하고 ‘흔든’ 한선수와 볼 컨트롤부터 ‘흔들린’ 도산지의 차이 [MD인천]

마이데일리
삼성화재 도산지./KOVO

[마이데일리 = 인천 김희수 기자] 누군가는 상대를 흔들었고 누군가는 스스로 흔들렸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대한항공이 1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3-0(25-16, 25-22, 25-22)으로 완파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리시브부터 연결과 마무리, 서브까지 모든 면에서 앞선 대한항공이 4연승으로 선두에 등극했다.

이날 경기의 결과가 갈린 포인트는 많았다. 경기력 차이 자체가 현격했으니 당연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차이는 바로 세터 차이였다. 리빙 레전드 한선수가 삼성화재의 아시아쿼터 세터 알시딥 싱 도산(등록명 도산지)을 압도했다.

두 선수의 차이는 상대를 흔들었는지, 스스로 흔들렸는지에서 갈렸다. 한선수는 특유의 노련함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한선수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1라운드 때는 삼성화재 미들블로커들이 속공을 많이 따라다녔다.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초반에 속공을 잘 안 따라가는 거 같아서 빈도를 올렸는데, 이후에 따라 붙는 거 같아서 다시 사이드 위주로 플레이를 바꿨다”고 밝혔다. 상대의 플레이를 탐색한 뒤 심리전에서 계속 우위에 섰다는 의미다.

대한항공 한선수./KOVO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선수는 거리가 좀 있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뒤로 지르는 연결을 구사하며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 한 두 차례의 실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가면서 상대 블로커들을 좌우로 찢는 데 성공했다. 경기 내내 삼성화재 블로커들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도산지는 반대였다. 상대를 흔들 기회를 얻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흔들렸다. 1세트 초반부터 좌우로 향하는 볼이 완전히 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볼 꼬리를 살리려고 무리하면 공이 길게 흘러 나가면서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와 김우진의 공격력이 발휘되지 않았다. 김상우 감독이 지적한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지자 도산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평범한 앞C 오픈 연결도 거의 더블 컨택에 가깝게 올리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표정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묻어났고, 본인의 최대 무기인 블로킹도 하나도 잡지 못했다.

도산지의 흔들림이 절정에 달한 순간은 2세트 22-24였다. 어느 쪽으로도 공격 활로를 뚫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국기의 리시브가 높게 올라오자, 도산지는 자신의 필살기인 패스 페인트 덤프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앞에는 V-리그에서 심리전을 가장 잘하는 사이드 블로커인 정지석이 있었다. 도산지의 공격을 처음부터 노린 정지석의 블로킹이 제대로 꽂히며 2세트가 그대로 끝나버렸다. 김 감독의 인내심은 여기까지였고, 도산지는 결국 3세트에 노재욱에게 자리를 내줬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KOVO

이날 한선수의 세트 성공률은 67.27%였다. 노 블록-원 블록을 빼준 러닝 세트 점유율은 38.28%에 달했다. 반면 도산지는 세트 성공률 52.94%를 기록했다. 러닝 세트 점유율은 26.47%였다. 오픈 공격을 선택한 비중도 14% - 24.1%로 차이가 컸다. 그야말로 한선수의 완승, 도산지의 완패였던 셈이다. 그리고 둘 간의 승패는 팀의 승패로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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