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반발 검사장 전원의 보직 해임 및 징계를 요구했고, 검사들의 해임·파면을 가능하게 하는 ‘검사징계법’ 폐지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검사들의 집단 발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자제 결정에 대해 전국 지검장과 지청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며 “항명이자, 명백한 국기문란사태다.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검사들이 왜 지금 소동을 벌이고 있나. 증거 조작, 조작 기소, 별건 수사, 협박 수사 등이 드러날까 봐 두려운 것”이라며 “불법 수사, 봐주기 수사했던 검사들이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되니 겁먹은 것이다.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정치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정 장관에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도록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엔 수원지검장을 비롯한 서울북부지검장·인천지검장·광주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이를 두고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인 집단 성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권한대행의 입장엔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대검찰청에서 근무하는 평검사 전원은 노 대행의 거취 표명을 요구한 상태다.
이러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전현희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이번 ‘검란’을 중대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검사징계법 폐지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항명해도 파면되지 않는 ‘검사징계법’, 사실상 검사특권법인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겠다”며 “항명 검사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임 또는 파면의 징계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검사의 의무를 위반했거나 위신을 손상한 경우 최대 징계는 해임이고 파면하기 위해선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해임·파면할 수 있도록 검사징계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검사징계법 개정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징계법 폐지의 국회 본회의 처리 목표 시한에 대해 “시한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논의해달라는 당 대표의 요청과 지시 안에 모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국정조사 추진 및 특검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서 위법사실이 밝혀지면 특검을 통해 엄단하겠다”며 “그동안 정치검찰에 의해 저질러졌던 각종 조작 수사와 기소의 진실, 정치검사들의 항명을 빙자한 반란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 선택적 반발·언론플레이·검찰개혁
이처럼 민주당이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검찰의 이른바 ‘선택적 반발’ 움직임과 ‘언론플레이’ 등의 영향이 크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김건희 씨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출장 대면 조사를 하면서 특혜 시비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돼 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 취소됐을 때도 검찰은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2가지 사례 모두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현재와 같은 반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정 대표는 “검찰이 수호해야 할 가치, 존재 이유가 1년 사이에 바뀐 것인가”라며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검사를 자처하는 정치검사들은 답변하시라. 검찰의 비겁한 행태, 참 볼품없는 그 자세에 분노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집단 반발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세상에 어떤 공무원이 조직 내부 문제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논의하지 않고 업무망 등을 악용해 외부에다 발설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가”라며 “우리나라 공무원 중에 그렇게 해놓고 살아남은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되나”라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검찰의 집단 반발이 결국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집단 반발에 대해 “검찰개혁에 저항하려는 것”이라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검찰들이 최후로 발악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검찰의 조작 수사 이런 것들이 드러나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그런 걸 감추려고 하고 있고, 검찰개혁에 대해서 최후발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강경 대응을 두고 검찰의 반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경우 ‘검찰청 폐지’ 이런 것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며 “그러면 이재명 정부의 개혁 정책의 핵심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망가진다. 그래서 사전에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노 대행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찰청은 오후 공지를 통해 “금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한 지 닷새 만이다. 노 대행은 전날(11일) 연차휴가를 쓰고 자택에서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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