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김혜인] 아이와 길을 가는데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반대쪽에서 걸어왔다. 노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이를 향해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기억에 남지도 않을 지나침이 아이 덕분에 인사를 나누는 인연이 된다.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안녕?” 인사했다. 나는 얼른 아이 등을 토닥이며 “안녕하세요, 해야지” 했다. 아이는 매뉴얼대로 작동하는 기계처럼, 누구를 향한지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하고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아, 그때 그 노부부 얼굴에서 피어나던 환한 미소란.
할아버지는 걸음을 멈추어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듯 배꼽에 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안녕하세요?” 인사했고,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도 한 손을 나지막하게, 아마도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이 들어 살랑 흔들었다.
노부부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아이를 대신해 다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노부부의 흐뭇한 얼굴은 여전히 아이를 향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이렇게 사랑받는구나.
애초에 아이가 인사하고 안 하고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겠다. 작은 녀석이 뽀얀 얼굴로 있는 그 자체, 그러니까 그 존재만으로 기뻐하는 것이리라. 그 작은 녀석이 인사를 한다면 더욱 사랑스러운 것이리라.
아이가 다른 사람 얼굴을 보며 인사하고 말하도록 때로 내 손으로 아이 볼을 감싸며 유도하지만, 이날은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나도 그저 아이 얼굴을 바라보고 여린 손을 잡으며, 이 시절에 행복했다.
아이는 이때 길 건너 편의점을 보고 있었다. 편의점만 보면 “편의점 가고 싶어요” 한다. 어쩌면 나도 습관처럼 물은 듯하다. “편의점 가서 뭐 할 거야?” 잠시 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아이 대답이 들렸다. “뭐 살 거야.”
나는 깜짝 놀라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길 건너 편의점만 보았다. 내가 다시 물었다. “뭐 살 거야?”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과자 살 거야.”
두 번 이상 대화가 오간 게 신기하고, 그보다는 과자를 먹겠다는 대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귀여우니 과자를 사 줄 수밖에.
발달센터 수업 시간에 늦을까 봐 너무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저 노부부처럼 우리도 보폭은 작게 속도는 느리게 걷다가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편의점에 들러 간식도 사 먹자. 네가 네 살인 어느 평범한 날에.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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