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 번 재는 혈압으론 부족”… 의료계, 만관제에 ‘24시간 혈압 측정’ 반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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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호빈 기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의료계는 고혈압 진료가 ‘진료실 한 번 측정’에 머무는 현실 문제점을 지적하고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질 향상 도모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만성질환관리사업(만관제)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고혈압학회가 주관했다.

논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일차의료 기반 건강돌봄’ 국정과제와도 맞물린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을 환자 중심의 데이터 관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만관제의 정밀화와 성과지표 개선이 향후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관제는 보건복지부가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지난 9월 전국 본사업으로 전환한 제도다. 고혈압·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환자를 동네의원(일차의료기관)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을 측정하며, 생활습관 개선 상담과 검사를 병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전환하고, 만성질환자의 건강수명 연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역 간 편차, 참여 저조, 평가 지표의 한계가 지적된다.

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2만여 곳 중 만관제 참여 의원은 4453곳에 불과하다. 서울(1285곳)은 높은 참여율을 보이지만, 제주(2곳) 등 지방은 미미한 수준이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질 향상 도모를 위한 토론회’ 단체사진. /이호빈 기자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장)는 “만관제의 고혈압 평가지표는 혈압 조절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항목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혈액검사나 심전도만으로는 환자의 실제 위험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혈압 관리의 목적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고 수치를 재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환자의 하루 혈압 변동과 야간 혈압을 파악해 조절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활동혈압 측정(ABPM)과 가정혈압 모니터링이 평가지표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야간혈압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고혈압 환자의 활동혈압 측정 시행률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미 임상 근거가 확실한 ‘근거 수준 1A’ 권고 항목으로 분류해 제도권 진료에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장비 가격과 착용 불편함이 걸림돌이었으나, 최근에는 반지형·팔목형 혈압계 등 간편형 제품이 보급되고 보험 적용도 이뤄지면서 접근성이 개선됐다.

이 교수는 “일차의료기관이 디지털 혈압계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계하면 환자의 혈압 변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이런 정밀데이터 기반의 관리체계가 제도의 본래 취지인 ‘예방 중심 의료’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제 기술이 아닌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일차의료기관이 디지털 혈압계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계하면 환자의 혈압 변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이런 정밀데이터 기반 관리체계가 ‘예방 중심 의료’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

이에 대해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만관제는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한다”며 “24시간 혈압 측정 등 정밀 평가 지표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활동혈압 측정 등 정밀 평가 항목의 제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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