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충격의 0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12일(이하 한국시각) MLB 네트워크가 발표한 올해의 감독 투표에서 1표도 받지 못했다. 내셔널리그에선 팻 머피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 아메리칸리그에선 스티븐 보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특히 머피 감독은 2004~2005년 바비 콕스 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에 이어 20년만에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이 됐다. BBWAA(전미기자협회)가 공개한 투표결과에 따르면, 머피 감독은 1위표를 27표 받았다. 2위표 2표까지 총점 141점을 획득했다.
2위가 신시내티 레즈 테니 프랑코나 감독이다. 1위표 2표, 2위표 9표, 3위표 12표로 총점 49점을 얻었다. 3위는 롭 톰슨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이다. 1위표 1표, 2위표 7표, 3위표 6표로 총점 32점을 기록했다. 1위표는 머피, 프랑코나, 톰슨 감독에게만 허락됐다.
뒤이어 시카고 컵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총점 24점으로 4위, 클레이튼 맥컬러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이 총점 22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토니 로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과 마이크 실트 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감독도 3위표 1표씩 받아 1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로버츠 감독이다. 로버츠 감독은 1위표는 고사하고 2위표나 3위표도 단 1표도 받지 못했다. BBWAA 홈페이지를 보면,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 투표에 참가한 기자 30명의 명단과 1~3위표 투표자까지 공개돼 있다. 30명 중 그 누구도 로버츠 감독을 찍지 않았다.
의외다.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를 1998~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만에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끈 사령탑이다. 그러나 미국 야구기자들은 결과적으로 이를 로버츠 감독의 능력이 아닌 ‘화려한 선수들 덕분’이라고 해석한 모양이다. 틀린 얘긴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기 때문이다. 야구가 풋볼, 축구, 농구, 배구 등 주요 프로스포츠 중 감독이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종목인 건 팩트다. 쉽게 말해 야구는 1회초 시작부터 9회말 끝날 때까지 타자와 투수의 1대1 대결이다. 감독의 선수기용은 전부 결과론이다.
그렇다고 야구에서 감독이 병풍인 건 절대 아니다. 특히 포스트시즌서는 감독의 디시전이 한 경기를 넘어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버츠 감독은 과거 불펜 운영능력이 안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몇몇 경기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로버츠 감독의 경기 및 시리즈 운영은 상당히 매끄러웠다. 좌우놀이를 고집하는 건 여전했지만 예전보다 많이 유연해졌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마도 미국 기자들은 머피 감독이 밀워키가 가진 역량 자체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걸 높게 평가한 듯하다. 그러나 머피 감독이 밀워키를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끈 것은 아니다.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과인데, 로버츠 감독은 그런 점에서 과소평가 됐다.

로버츠 감독은 상복이 없지만, 다저스에서 업계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으니 그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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