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회장 판박이? 강태영 농협은행장 조직 ‘대수술’ 내부 갈등 최고조

마이데일리
강태영 농협은행장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조직 통폐합 시도가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강 행장이 63개 중 32개 사업부서의 업무 전환을 강행하는 등 2012년 농협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대수술’이라 평가되는 조직개편을 노조 협의 없이 밀어붙이려 해서다.

특히 4개 사업부서로 쪼개지는 IT 부문에 대해, 노조는 “사실상 해체”라며 사측과 ‘강대강 대치’를 펴고 있다. 노조는 취임부터 노사 갈등을 빚어 왔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마저 전면에 내세우며, 강 행장의 2년 임기 완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2일 <마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전날 농협은행 노사가 강태영 행장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철회 여부를 두고 협의를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우진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10여명은 지난 10일 행장실을 찾아가 강 행장에게 20여개 조직 폐쇄 및 축소 등 ‘농협은행 조직개편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 날 사측이 마련해 온 절충안은 노조를 설득하지 못했고, 현재 노조는 조직개편안 전면 철회까지 회사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대적 통폐합, IT 부문 쪼개는 이유의왕센터→서대문 이전 백기든 사측 보복성 조치?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개편안은 기존 부서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골자로 한다.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개 중 32개 부서 업무가 변경, 16개 부서가 폐쇄 또는 격하될 예정이다. 일반계약직의 경우 ‘기간 만료 시 별도 소요인력 및 채용 합의 불필요’ 문구를 추가, 1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계약연장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노조는 회사가 기존 IT 부문을 4개 사업부문으로 쪼개려 한다면서 ‘사실상 해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IT 부문에 속해있던 절반에 가까운 부서들이 △농협카드 △디지털부문 △AI데이터부문 등 각 사업부문으로 소속을 옮긴다. 향후 IT금융부와 IT투자단도 관련 사업부문으로 옮겨갈 여지가 있다.

노조 측은 강 행장의 내부 협의 없는 결정이 이번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청회에 참석해 각 부서 의견을 청취한 결과, 강 행장과 사측이 독단적으로 조직개편안을 수립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단체협약에는 조직개편이 노사합의로 지정돼 있다. 강 행장은 내부 논의 없이 개편안을 확정, 공청회 직전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그는 통보 직후 해외로 나가 직접적인 토론도 불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우진하 노조위원장은 “행장이 노사 간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 마다 노조를 회피하고 조합장들만을 찾았다”고 꼬집었다.

농협은행의 IT 부문 서대문 이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는 독단적인 조직 개편이 지난해 빚어진 노사 갈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작년부터 경기 의왕시에 있는 IT 부문 부서들을 본사가 있는 서대문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노조 반발 때문에 백지화 됐다”면서 “(이번 조직개편안은)IT 부문의 분리가 중점사안으로 보이는데, 이는 작년 노조와의 갈등에 대한 보복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 초 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IT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투입되는 직원만 300~400명, 외부업체 직원이 1000여명에 이를 만큼 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로, 은행은 이를 진행할 업무 공간을 기존 의왕센터가 아닌 서대문으로 이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1년 전에도 노조 등 직원 대부분이 반발했고 결국 은행이 백기를 들면서 일단락 됐다.

효율화 내세웠지만 리스크 큰 개편직원 편의 외면한 강호동 ‘데칼코마니’

노조는 절차상 문제와 공감 부족만을 통폐합 반대 명분으로 삼지 않고 있다. 회사가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능적으로만 보더라도 리스크가 큰 개편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우 위원장은 “IT 특성상 시스템 장애나 보안 등 특별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한 번도 의왕센터를 벗어나지 않은 수백명 직원들의 장애 대응이 제대로 될지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면서 “또한 조직 개편이 근무 공간만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직원의 생활 문제, 승진, 업적 평가, 성과급 등이 직결돼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런 이유로 사전에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데도 강 행장은 노조를 완전히 패싱했다”면서 “해당 부서들과 협의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태로 노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라고 강조했다.

농협인의 날 기념식 참석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 중앙) /뉴시스

이처럼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자 올해 1월 취임한 강 행장의 임기 완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가 실질적 지주 역할을 하며, 이에 따라 강 행장 선임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강 회장은 노조와 번번이 맞서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 계열사 인사권을 비롯해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 강 회장의 독단적인 성정이 원인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최근 강 회장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당국 수사를 받고 있고 출국금치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강 회장 수사 결과에 따라 강 행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전날 저녁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경영진 비리혐의와 독단적 조직개편 등 경영진 리스크가 극에 달했다”며 “내년 은행조직개편안 철회를 임단협의 공식 요구사항으로 의결해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 의견을 담은 노동조합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수단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은행 측은 이번 조직개편 논란과 관련한 <마이데일리>의 취재 요청에 사실 설명 등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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