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글로벌 공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HVAC은 공장이나 병원 등 대형 건물 내 온습도 제어와 공기질 개선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효율 냉방 솔루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 조단위 M&A로 중앙공조 시장 진출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총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를 투입해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이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의 조단위 인수합병(M&A)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플랙트는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등을 위한 중앙공조, 정밀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10여개의 생산거점과 유럽·미주·중동·아시아까지 폭넓은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플랙트는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어 삼성전자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등으로 스타게이트에 핵심 협력사로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강점을 가진 가정용 에어컨 등 개별공조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 왔으나, 이번 인수로 각종 산업·대형 건물용 솔루션 및 고성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으로 본격 진출한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공조 설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플랙트를 인수하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달러(약 85조9490억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39조491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 공조 시장은 지난해 168억달러(23조원)에서 2030년 441억달러(61조원)로 성장이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공조 시장 공략을 강화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조 시장을 주도하며 고객들에게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플랙트의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업계 선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LG, MS·엔비디아와 파트너십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HVAC 사업을 키워왔다. 칠러, 히트펌프(전기 냉난방 시스템), 상업용 에어컨 등을 아우르는 종합 HVAC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HVAC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M&A도 추진했다.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노르웨이 OSO그룹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최근 LG전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플렉스와 AI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할 '모듈형 냉각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전자의 △칠러 △냉각수 분배 장치(CDU) △데이터센터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 등 고효율 냉각제품과 플렉스의 IT∙전력 인프라 등을 결합해 모듈형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개발한다.
LG전자는 공기 냉각과 액체 냉각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냉각 기술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냉각 용량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린 냉각수 분배 장치를 신규 개발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 냉각방식 중 전력효율지수(PUE)가 가장 낮은 액침냉각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엔비디아와는 CDU를 공급하기 위한 품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첨단 산업단지 '옥타곤'에 조성되는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3배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 중이며 HVAC 분야의 연간 수주액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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