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6억원이라는 기준점.
양현종(37)은 세 번째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갔다. C등급으로 보상선수 없는 이적이 가능한 신분이다. 그러나 양현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썩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다소 주춤했기 때문이다. 2024시즌 29경기서 11승5패 평균자책점 4.10, 2025시즌 30경기서 7승9패 평균자책점 5.06에 그쳤다.

특히 양현종은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22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라는 굴욕을 맛봤다. 일찌감치 피네스 피처로 전향해 잘 적응해왔는데, 올해 부침이 많았다. 늘 정교한 제구가 우선이라는 신념 하에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다. 그러나 양현종의 구위는 확실히 예년만 못하고, 신체능력이 20대 시절과 같지 않으니 커맨드나 제구력도 30대 초반 때보다 무뎌졌다는 평가다.
그래도 늘 안 아프다. 이범호 감독이 철저히 관리를 해줬는데도 153이닝을 던졌다. 점수를 주든 안 주든 어쨌든 던지고 또 던지는 투수다. 이런 투수는 없으면 무조건 티 나게 돼 있다. 이런 양현종의 진가를 가장 잘 아는 구단이 KIA다. KIA는 무조건 양현종이 필요하고, 잡아야 한다.
양현종에겐 김광현이라는 기준점이 있다.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데뷔 후 비슷한 커리어를 그려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도 다녀왔고, 돌아와 대형계약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광현의 151억원 비FA 계약, 양현종의 103억원 FA 계약이 나란히 올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지난 1~2년을 통해 기복이 심해졌다는 공통점까지 있다.
그래도 SSG는 김광현에게 2년 36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시즌 중에 또 한번 안겼다. 김광현은 마음 편하게 2026시즌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KIA는 팀 케미스트리 유지 차원에서 양현종을 비롯한 예비 FA 6인방 중 단 1명에게도 비FA 다년계약을 안기지 않았다.
KIA는 자연스럽게 김광현 사례를 참고해 양현종과 협상을 진행해 나갈듯하다. 이미 탐색전 성격의 만남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디테일한 협상은 현 시점에선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KIA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박찬호 잔류협상이기 때문이다. 구단이 6명의 내부 FA를 한꺼번에 만날 순 있어도, 결국 디테일한 스킨십과 협상은 심재학 단장과 FA 협상 담당자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KIA로선 양현종 정도 되는 선수를 가볍게 여길 수도 없다. 예전부터 그렇게 하는 구단도 아니었다. 양현종도 김광현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걸 알지만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결국 박찬호의 행선지가 어느 정도 결정되면 양현종을 비롯한 다른 내부 FA들도 KIA와 좀 더 밀도 높은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첫 FA 자격을 얻은 2016-2017 시장에선 최형우라는 대어가 있었다. 2021-2022 시장에선 나성범이란 대어가 있었다. KIA가 당시 최형우와 나성범에게 4년 100억원, 6년 150억원 계약을 안기느라 양현종과의 계약이 약간 지연된 측면은 있었다. 당시 KIA는 두 S급 외부FA 영입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내부 FA이긴 하지만, 박찬호의 포지션과 상징성, 시장가치가 워낙 높다.

그래도 양현종이 KIA를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몸 관리를 워낙 잘 하니, 38세 시즌을 맞이하는 내년이 선수생활의 황혼기라고 단정하기도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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