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의정부 김희수 기자] 정민수를 떠나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김도훈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을 시작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리베로 자리가 약점이 될 거라고 지적했다. 8년간 팀의 후방을 지켰던 정민수가 FA 임성진의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김도훈이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시즌 내내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감독은 김도훈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김도훈은 그 신뢰에 보답하는 1라운드를 치렀다. 김도훈은 11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1(25-19, 20-25, 31-29, 26-24) 승리를 이끌었다. 리시브 효율이 무려 56.1%였다. 서브가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부에서도 보기 힘든 수치를 막강한 서브가 오가는 남자부에서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탄탄한 후진 수비를 선보이며 전임자 정민수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친 김도훈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서 김도훈을 만날 수 있었다. 김도훈은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선수들이 연패를 당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른 경기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가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은 게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후 김도훈과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눴다. 먼저 리시브에 대해 김도훈은 “일단 (나)경복이 형이랑 모하메드 야쿱(등록명 야쿱) 쪽에 많이 때릴 것 같아서 스위치로 커버해 가다가, 한국전력이 전략이었는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 쪽 1번 공략에 들어가길래 최대한 그쪽을 많이 받으면서 감각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권영민 감독이 1번 공략이 전략이었음을 밝힌 것을 생각해보면 김도훈의 판단은 정확했던 셈이다.

수비에서도 쉐론 베논 에반스(등록명 베논)를 괴롭히는 후진 수비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김도훈은 오히려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었다. 그는 “경기 전에 베논을 분석했는데, 1세트에는 분석한 대로 수비 위치가 잘 맞아떨어졌다. 2세트부터는 베논이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준비한 위치랑 조금씩 어긋나더라. 수정을 해가긴 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어긋나서 사실 어려움이 좀 있는 경기였다. 그래도 선수들이랑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잡아보고자 한 게 주효했다”고 베논에 대한 수비를 돌아봤다.
이 경기를 포함한 1라운드 전반에 대한 김도훈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잘했던 경기도 있고 흔들렸던 경기도 있었다. 보완할 부분들을 보완하고 싶다. 잘한 경기보다는 흔들렸던 경기들을 복기하면서 2라운드 준비를 잘 해야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런 김도훈에게 카르발류 감독은 김도훈의 활약을 완벽했다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김도훈은 “감독님은 완벽했다고 말씀하셨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웃음). 솔직히 완벽한 경기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못한 경기를 복기하면서 약점을 보완해야 2라운드에 더 잘할 수 있다. 감사드리지만 완벽이란 없다”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정민수라는 전임자의 공백은 코트 안팎에서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도훈은 그 자리들을 성실히 메워가고 있다. “(정)민수 형이 떠나고 나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그때 감독님께서 너를 믿고 하라고, 넌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민수 형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비시즌 때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내 자신을 한 번 믿어보자고 다짐하며 시즌에 들어갔다”고 밝힌 김도훈은 “이번 경기에서도 형에게 인사하고 나서 맞은 편에서 경기를 뛰는데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선의의 경쟁이니까 경기는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끝으로 김도훈에게 이번 시즌의 목표는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도훈은 “일단 우승이다. 수비나 리시브 부문에서 1등을 해보는 개인 목표도 있다”고 밝히더니 “수비-리시브 둘 다 하면 좋겠다(웃음). 목표니까 크게 잡아보겠다”며 밝게 웃었다. 1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김도훈은 리시브 2위-디그 3위-수비종합 1위에 올라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그의 목표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다. 김도훈의 무서운 성장세가 2라운드에도 계속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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