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해킹 사태와 소액결제 논란으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서 KT 출신 올드보이(OB)와 전직 관료 등이 후보로 거론되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KT 이사회가 고위 임원인사 또는 조직개편 시 의결을 받도록 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진 모습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오후 6시까지 공개모집을 마감하고, 연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 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CEO를 선임한다. 이번 공모는 내부·외부 인사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한 ‘완전 개방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뚜렷한 유력 후보가 없는 가운데 하마평은 ‘내부 안정’과 ‘외부 쇄신’ 두 갈래로 나뉜다. 내부에서는 구현모 전 대표, 박윤영 전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 KT맨 출신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구현모 전 대표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전략으로 매출 25조원을 달성하며 성장 기반을 닦았고, 박윤영 전 사장은 클라우드·B2B 사업 확대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태호 전 사장은 KT의 조직 구조와 문화를 이해하는 합리적 리더십으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
외부 인사 가운데서는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전 삼성SDS 사장)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쉴더스 재임 당시 SK텔레콤 해킹 사태 직후 사임한 점, 삼성SDS 시절 계열사 거래 논란이 불거졌던 이력 등을 두고 ‘투명성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KT가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만큼 후보 검증 기준이 어느 때보다 엄격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CEO 인선은 KT의 체질 개선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해킹 은폐 의혹과 연이은 경영 혼선으로 흔들린 KT가 신뢰를 회복하고, AI·클라우드·B2B 등 신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를 안정시키면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분석에서다.

차기 CEO자리를 놓고 내외부 후보군간 물밑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KT 이사회가 대표이사 고유 권한인 인사·조직 권한에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일 개정된 이사회 규정에는 부문장급 경영임원 및 법무실장 인사, 주요 조직의 설치·변경·폐지 등이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사항으로 포함됐다.
KT 관계자는 이와관련 “이사회 규정이 개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이사회 설치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이사회 구성이 바뀌는 KT의 특성상 이번 결정이 외풍 리스크를 키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게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CEO 선임은 KT가 스스로 ‘신뢰 경영’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내부와 외부, 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KT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