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를 둘러싸고 재판 지연과 지정배당 의혹이 동시에 불거지며 사법부의 공정성 논란이 다시 한번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 최고 수준의 중대 범죄인 내란 사건에서 일정 통제 실패와 재판부 배당의 공정성 의혹까지 번지며 논란 제기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사법부가 스스로 강조해 온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귀연 재판부는 당초 12월 말로 예상했던 심리 종결 시점을 내년 1월 초로 연기했다. 필요할 경우 휴정기인 12월 29·30일에도 기일을 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일정 지연을 공식화한 셈이다. 재판부는 군·경 지휘라인 사건과의 병합 검토, 증인 일정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일정 조정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어 ‘관리 실패’ 논란이 재점화됐다.
논란의 핵심은 배당 과정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이 지난해 12월 접수 당시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분류됐다가 곧바로 일반사건으로 변경된 뒤 경제·식품·보건 분야 담당인 지귀연 재판부에 배당된 경위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 재판의 중심인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사건 연관성’을 이유로 같은 재판부에 지정 배당된 점 역시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애초 특정 재판부로의 배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사법부 고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창진 민주당 선임부대변인도 “중요사건 분류 변경과 전체 배당 흐름이 기존 법원 설명과 충돌한다”며 “무작위 배당 원칙을 훼손한 것인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촛불행동은 11일 서울남부지법 앞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내란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사실상 전담 배당하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를 겨냥해 항의서한 제출 계획을 밝혔다. 이어 “서울 동부·서부·북부지법을 순회하며 동일한 문제제기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재판 지연과 배당 논란이 사법부가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사법부는 사건 배당이 전산 무작위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사건 지정이 왜 뒤바뀌었는지 △지귀연 재판부가 왜 배당 대상이 되었는지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어떤 기준으로 ‘연관성 지정배당’에 해당했는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내란 혐의와 같은 최고 등급 중대 사건에서 절차적 신뢰는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데, 반복된 일정 변경과 불투명한 배당 논란이 사법부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사법부가 줄곧 강조해 온 ‘독립성’과 ‘무작위 배당 원칙’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재판부가 일정 운용과 사건 배당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적 중대 사안인 내란 재판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란이 지속될 경우,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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