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서클 줄줄이 방한, 금융권과 연쇄 미팅...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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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서클의 주요 인사들이 지난달부터 잇따라 한국을 찾아 국내 금융사 고위 임원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현업 논의보다는 마케팅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서두르라는 무언의 시위로도 읽히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사장은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 퀸 르 아태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참석했다. 테더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다.

테더는 같은날 조영서 국민은행 부행장과도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5일 농협금융 블록체인·가상화폐 담당 실무진과 지난 8일에는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을 만났다. 이번주 중 우리금융 실무진도 만나고 방한 중 나이스그룹, 토스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우리·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에도 테더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지난달 21일 USDC 발행사 서클의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도 방한해 4대 금융과 만남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3곳을 방문했다. 이어 김서준 해시드 대표와도 회동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관련 구체적인 협업을 논의하기는 어렵다. 아직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쏟아지고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6월 이후 디지털자산,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5개가 발의돼 있다. 업계와 금융당국 사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유통 구조,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적용 범위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 1단계 법안도 발의됐지만 2단계 입법은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담보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담은 2단계 법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미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발행사 조건 등 조율해야 할 쟁점도 쌓여 있다.

서클과 테더는 국내 은행권과 만나 자사 달러 스테이블코인 홍보에 집중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에서 발행·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 규모는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은행이 해외 발행사의 망을 활용해 이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이 늘어나면 해외 발행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발행사와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테더와 서클 모두 본인들 망이 안정성을 갖췄다며 자사 스테이블코인을 홍보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수탁 과정 중 은행은 필수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이 꾸준히 방한하는 건 마케팅뿐만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한 압박으로 읽힌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서클은 방한 기간 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창용 총재는 서클과 우리나라의 스테이블코인 현황과 서클의 업무 등에 대해 여러 질문을 나눴다고 밝혔다. 해외 발행사들은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제화 공백에도 해외 발행사들이 번갈아 우리나라를 찾는 건 협업 때문이 아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두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까지 찾아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위해서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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