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부자간 갈등설’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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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B그룹을 둘러싼 ‘부자간 갈등설’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DB그룹을 둘러싼 ‘부자간 갈등설’이 확산하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장남인 김남호 명예회장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게 파여 있다는 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인데, DB그룹 측의 부인에도 예사롭지 않은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본격적인 충돌이 임박했고,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DB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 물음표 남았던 2세 승계… 결국 부자간 갈등설 ‘활활’

최근 재계에서는 DB그룹 부자간 갈등설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오너일가 사이에 분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계순위 40위 DB그룹도 심상치 않은 기류에 휩싸인 것이다.

갈등설의 도화선은 지난 6월말 발표된 인사였다. DB그룹은 신임 회장에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선임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20년 회장 직에 올랐던 김남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오너 2세가 5년 만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큰 변화에 대해 당시 DB그룹 측은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 인공지능(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 등에 대응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가며 경영을 맡는 일본 토요타처럼 자율·책임경영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론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남호 회장은 1975년생, 올해 50세로 경영 일선에서 한창 활동할 나이다. 명예회장이란 직함에 어울리는 나이는 아니다. 반면, 새롭게 선임된 이수광 회장은 1944년생으로 80대에 접어들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동갑이다. 그동안 많은 경험과 경력, 성과를 쌓아왔다 하더라도 DB그룹이 밝힌 대로 AI혁명 등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데 있어 ‘적임자’인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과거 성추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DB아이앤씨 지분을 늘리는 행보로 승계와 관련해 물음표를 남겨왔다. / 뉴시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과거 성추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DB아이앤씨 지분을 늘리는 행보로 승계와 관련해 물음표를 남겨왔다. / 뉴시스

이처럼 물음표를 남긴 회장 교체는 앞서도 예사롭지 않았던 DB그룹 오너일가의 행보와 얽혀 ‘갈등설’로 이어졌다.

DB그룹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2017년 급작스럽게 물러나면서 이근영 전 회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후 김남호 명예회장이 초고속 승진 행보 끝에 2020년 7월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2세 시대로의 전환이 무난히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이를 거스르는 일들이 거듭됐다. 

우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준기 창업회장은 2021년 DB Ind(DB아이엔씨) 미등기임원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이어 같은 해 김준기 창업회장의 부인이자 김남호 명예회장의 모친이 별세했을 땐 고인이 보유 중이던 DB아이엔씨 지분을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만 상속받았다. 김주원 부회장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녀이자 김남호 명예회장의 누나다. 이어 2022년엔 김준기 창업회장이 DB김준기문화재단으로부터 DB아이엔씨 지분 4.3%를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DB그룹의 지배구조는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두 축으로 이뤄져있으며, DB아이엔씨는 비금융계열사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일반적으로 승계가 마무리되고 2세 시대가 본격화한 시점에 윗세대가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는 일은 드물다. 승계 측면에서 보면 향후 증여 및 상속 비용만 가중시킬 뿐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연이은 DB아이엔씨 지분 확대는 DB그룹의 2세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실제 현재도 DB아이엔씨의 지분 구조는 2세 승계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보기 어렵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16.8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김준기 창업회장도 15.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차이가 근소하다. 김주원 부회장도 9.8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편으론 2021년 불거졌던 DB하이텍 매각설이 부자간 갈등의 시발점이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단행된 올해 회장 인사는 DB그룹 부자간 갈등설을 폭발시키기 충분했다. 여기에 이달 초 김남호 명예회장이 인사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설이 나오면서 갈등설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지만 갈등설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설의 실체, 그리고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은 내년 정기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주주총회를 전후로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B그룹의 김준기·김남호 부자가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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