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인가전, 증권가 '고심'…발행·유통 분리에 셈법 복잡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예술품, 부동산 등 고가 실물자산에 소액 투자하는 조각투자 시장이 제도권 안착을 앞두고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유통 플랫폼 인가 심사에서 컨소시엄에 가점을 주며 증권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다만 '발행과 유통 사업 분리' 지침으로 전략 재검토에 나선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이달 말까지 '조각투자 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신설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관련 감독규정을 확정하고 오는 11월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일괄 접수할 계획이다. 현재는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할 전용 거래소가 없는 상태다.

금융위는 플랫폼 난립에 따른 유동성 분산과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신규 인가 수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발행 인가와 달리 유통 플랫폼 심사에서만 컨소시엄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대형사보다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나 이들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주도록 설계했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는 모험자본 공급에 집중해온 만큼 조각투자를 활용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자기자본, 사회적 신용, 대주주 적격성 등이 심사 기준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자본 여력이 부족한 핀테크 업체들은 증권사와 손잡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제도권 유통 플랫폼이 본격 등장하면 조각투자 증권은 기존의 폐쇄적 거래 구조를 벗어나 다수 매수·매도자 간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증권업계는 인가 신청을 앞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이 발행과 유통 사업 주체를 명확히 분리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발행과 유통을 함께 추진하는 사업모델을 준비했으나, 규제 확정으로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전제는 조각투자 상품을 만드는 역할(발행)과 파는 역할(유통)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라며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면 직접 유통을 맡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신중하게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발행·유통 분리 규제에 대응해 다양한 전략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빅테크, 핀테크 등과 컨소시엄을 추진한다면 발행보다는 유통 쪽에 무게를 둘 수 있다"며 "반대로 발행 전문성을 강화해 유통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수한 발행 역량을 갖춘 경우라면 유통 플랫폼까지 직접 운영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복잡한 셈법에 몰두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부동산·예술품뿐 아니라 스포츠 구단, 지식재산권(IP) 등으로까지 조각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제도권 유통망이 갖춰질 경우 국내에서도 개인 투자자 참여가 크게 늘고, 중소기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증권사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자산 가치 평가 불확실성이 대표적이다. 미술품처럼 객관적 기준이 부족한 자산은 변동성이 커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가 플랫폼 수가 제한되면 유통 자체가 위축돼 낮은 유동성에 시달릴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초기 투자비용 부담 속에서 수익성을 면밀히 따지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구소들 전망을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은 크게 성장할 거라는 얘기가 많다"며 "아직 열리기 전이어서 구체적 규모는 예측 단계지만, 선점 효과는 확실하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사업 기회인 만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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